트로트 뇌과학-연구실의 일상… 과학, 대중에 스며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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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 부는 과학책 바람
코로나-日원전 사태 등 거치며 과학에 관심 커진 일반독자 늘어
전문적 개념-뒷이야기 등 풀어쓴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책 인기
언론인-방송진행자-천문학자 등 준전문가 늘고 연령대 다양해져

대중에게 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이른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복잡한 과학 개념을 쉽게 풀어쓴 시리즈나 과학계 뒷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등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 등을 거치며 일상에 파고든 과학의 영향력을 대중이 실감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과학 전문 출판사 MID는 ‘강석기의 과학카페’ 10번째 시리즈(‘과학의 향기’)를 7일 펴냈다. 2011년 첫 번째 시리즈가 출간된 후 10년 만이다. 저자 강석기 씨는 정통 과학자가 아니다. 그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화학 및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뒤 기업 연구원을 거쳐 과학 전문지 기자로 활동했다. 출판계에선 대중을 상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인으로서 그의 이력이 고정 독자층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리즈는 과학 배경지식이 부족한 일반 독자들도 관심을 가질 법한 일상 속 소재를 앞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의 트로트 열풍과 관련해 좌뇌 및 우뇌가 소리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설명하는 식이다. 설명 방식이 쉽다고 다루는 정보의 깊이가 빈약한 건 아니다. 저자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뇌 과학 관련 최신 논문의 주요 내용을 책에 담았다.

올 3월 출간된 ‘기발한 천체 물리’(사이언스북스)도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쓴 책이다.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학자라기보다 방송인에 가깝다. 칼 세이건의 후계자로 불리는 그는 세계적인 우주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후속작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내셔널지오그래픽·2014년) 내레이터를 맡았다. 이어 이듬해부터 교양과학 방송 토크쇼 ‘스타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우주 사진을 통해 독자들이 천체물리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이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중쇄를 찍었다.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의 과학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문학동네)도 2월 출간 후 한 달 만에 1만3000부가 팔려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도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상승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심 박사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다. 책에는 망원경이 아닌 연구실 컴퓨터와 씨름하는 천문학자의 일상과 더불어 우주과학계 뒷이야기를 담았다. “막연하게 동경해온 천문학자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과학자들의 학문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인상적”이라는 독자들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출판계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한국은 오랫동안 고교 때 문·이과를 나눠 왔기에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이들의 갈증이 있다”며 “전문가와 일반 독자를 연결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과학책 저자들의 출신이나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은 “과거 과학책은 은퇴한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 성과를 정리하기 위해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길을 가는 젊은 저자나 준전문가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뇌과학#연구실#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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