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제강점기 경성에도 ‘아파트 대란’ 있었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5-01 03:00수정 2021-05-0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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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의 아파트/박철수·권이철·오오세 루미코·황세원 지음/488쪽·2만7000원·집
우리나라에서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게 아파트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지만 외국인들 눈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풍경은 꽤나 신선한 모양이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물로 이들은 아파트를 꼽는다. 스웨덴 출신의 한 유명 사진작가는 한국 아파트의 매력에 빠져 이를 렌즈에 담았다. 사각형 모양의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사진에는 우리도 미처 몰랐던 아파트만의 미학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아도 이곳의 문화와 건축, 공간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는 많지 않다.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인 상황에서 다른 가치들은 쉽게 잊힌 탓이 크다.

저자들은 현재의 아파트 공화국을 이해하기 위해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으로 눈을 돌렸다. 건축학과 교수, 설계 전문가, 주거문화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도쿄로부터 경성으로 아파트 문화가 전해진 과정과 설계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본 측 자료를 깊게 연구하기 위해 국내 도시를 답사하며 글을 써온 일본인 저자도 공동 연구에 합류시켰다.

1930년대는 ‘아파트의 시대’라고 불릴 만했다. 경성에서만 약 70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모은 아파트 관련 문헌과 기사, 지도, 사진, 도면자료에 따르면 당시 부동산 법령 및 체계는 현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종 오락시설이 아파트 안에 들어서는 등 아파트 공간구조와 거주자 구성 변화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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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도시민의 거주난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아파트이지만 점차 이곳에도 진입장벽이 생기기 시작한다. 높은 집세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본인 집주인이 집세를 올려 폭리를 취했으며, 인구 급증으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시장 수요는 갈수록 커졌다. 아파트는 점차 늘었지만 학생이나 직장인이 머물 만한 곳은 늘 부족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 주민들의 주택난이 오늘날의 아파트 대란과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경성의 아파트#일본인#주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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