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日 스파이 양성 ‘나카노학교’를 아시나요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4-03 03:00수정 2021-04-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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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전사들/스티븐 C. 메르카도·박성진 이상호 옮김/460쪽·2만5000원·섬앤섬
일본이 도쿄(東京)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2년이 지난 1966년. 일본 주요 도시에서 영화 ‘육군 나카노학교’(사진)가 일제히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다. 올림픽과 고도 경제성장으로 자부심이 한껏 고조된 당시 일본 사회에 베일에 가려 있던 이 학교가 전면에 등장했다. 나카노학교 졸업생을 슈퍼맨처럼 간주하는 분위기조차 있었다.

나카노학교는 1938∼1945년에 걸쳐 2차 세계대전 당시 활동한 정보요원과 특공대원 등 ‘그림자 전사’를 비밀리에 훈련시킨 곳이다. 소재지 도쿄 나카노(中野)구를 따 교명을 지었다. 1945년 종전까지 이 학교는 약 2300명의 정보요원을 배출했는데,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으로 파견됐다. 패전에 임박해선 전투 임무로 전환돼 일본 열도를 최후 방어하기 위한 특수전 및 게릴라전을 수행했다.

1945년 일본은 항복했지만 수많은 그림자 전사들은 전쟁을 계속 이어갔다. 미국 정보기관은 냉전을 맞아 나카노학교 졸업생들을 주목했다. 미국의 일본 점령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들은 미군을 위해 복무했다. 그러나 다양한 전시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그림자 속에 남아 있다. 대중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졸업생은 오노다 히로(小野田寬郞)다. 그는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필리핀에 파견된 유격대원이자 정보요원이었다. 그는 ‘끝까지 살아 남으라’는 사령관의 마지막 명령 후 필리핀 정글에서 29년간 숨어 지역 순찰대와 게릴라전을 벌였다. 오노다는 수소문 끝에 찾은 30년 전의 직속상관이 전투중지 명령서를 읽어준 뒤에야 총을 내려놓았다.

일각에선 나카노학교 졸업생을 미국 전략첩보국(OSS)이나 영국 특수작전국(SOE)과 비견하기도 한다.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첩보전에 얽힌 비사를 다룬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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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일본#스파이#나카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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