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반대 시민단체 “승인취소를”… 美는 관세 카드로 자국내 공장 압박
노무라 “삼성-SK 韓투자 줄일수도”
승인 취소땐 최소 5년 이상 준공 지연… 민관 협력 반도체 골든타임 지켜야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둘러싼 안팎의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반도체 산단의 타 지방) 이전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데다 법원이 정부의 산단 승인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여전히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선 산단 지방 이전과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까지 관세 카드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압박하면서 반도체 투자가 국내에서 제때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법원 판결에도 ‘원점 재검토’ 요구
시민단체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은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의 전면 중단과 국가 균형 발전을 고려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미 법원은 15일 환경단체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계획 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닷새 만에 또 다른 시민단체가 승인 무효와 지방 이전을 주장하며 갈등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2023년 3월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2024년 12월 정부 승인을 받았다. 올 하반기(7∼12월) 착공해 이르면 2031년 준공이 목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전북 ‘새만금 이전론’에 더해 시민단체들의 반발까지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실제로 산단 승인이 취소되거나 입지가 변경될 경우, 준공 시점이 최소 5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으로 공장 설립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 美 압박에 국내 투자 축소 우려도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자산인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6일(현지 시간) “메모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언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을 정조준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에선 당초 추진하려던 산단 조성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에선 고율 관세로 자국 투자를 압박하는 ‘이중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부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결국 미국에 투자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신규 메모리 팹(공장)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 내 투자 계획이 일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용인에서 반도체 국가산단과 일반산단 조성에 나섰는데 미국 투자에 나설 경우 국내 투자를 줄여야 할 수 있다.
노무라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한국에서 메모리를 생산할 경우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약 70%에 달한다. 반면 미국에서 생산하면 건설비와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약 58%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노무라증권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영업이익 하락에도 미국의 고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미국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전 세계가 자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지금은 민관이 협력해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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