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모둠생선 넉넉히 얹은 가이센돈 이 맛이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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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텐구마이’의 가이센돈 세트. 이윤화 씨 제공
함경도 향토음식인 가자미식해(食해)가 생선 배 속에 밥 또는 조밥, 소금, 양념을 넣고 염장한 발효 음식인 것처럼 스시는 생선에 밥을 채워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지금의 스시는 양조식초 등이 발달해 굳이 긴 발효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초가 든 밥과 생선회의 적절한 조화로만 이해되는 음식이 됐다.

일본 서민들은 스시를 언제부터 먹게 됐을까. 지금의 스타일은 일본 에도 시대(1603∼1867년)의 길거리 음식에서 시작됐다. 당시 포장마차에서 서서 먹는 스시는 우리 호떡처럼 가벼운 간식이었을 것이다. 서서 낱개로 먹어야 하니 주먹밥처럼 크기도 컸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다 스시는 접시에 담기기 시작했고, 시내 중심의 식당에서는 술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변두리 지역에서는 인기 좋은 배달 음식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뒤에는 고객이 냉장고의 생선회를 선택해 맞춤 스시를 먹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전문점이 생겨났다. 1958년 오사카에 등장한 컨베이어벨트 회전 스시는 대중 스시의 혁명을 일으켰다. 손으로 하나씩 쥐어 만들어 먹는 스시가 아닌 한 그릇 덮밥스시, 즉 가이센돈(海鮮정)도 인기를 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가이센돈을 즐기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일본의 전통 가이센돈은 테이크아웃용 음식으로 시간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생선의 절임과 조림을 통해 셰프의 실력까지 가늠하는 지표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싱싱함만이 최고의 기준이 된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여행이 만만했던 시기 도쿄(東京)의 쓰키지 시장에 가면 다양한 생선식당이 늘어서 있어 몇 번을 가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싱싱한 사시미, 스시 또는 모둠 생선을 화려하게 얹은 가이센돈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작은 행복이었다. 이런 즐거움을 얼마 전 서울 여의도역 인근의 ‘텐구마이(天狗舞)’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작은 쓰키지 시장이었다. 경력 25년의 정관교 씨는 히로시마에서 요리를 배우며 오랫동안 정통 일식에 전념하다 여의도의 스시 전문점 텐구마이 오너 셰프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여의도는 꽤 각별하다. 오랜 단골도 많지만 언제라도 쉽게 갈 수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이 그의 요리를 든든하게 지원해 주는 배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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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구(天狗)는 코가 부리부리하고 높은 콧대의 도깨비를 말한다. 그의 타협하지 않는 의지를 담은 상호로 보인다. ‘텐구마이’는 ‘도깨비가 춤을 춘다’는 뜻으로 고객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이곳에선 생선 요리에 3년 숙성 발효 식초를 사용하고, 고급 다마리 간장에 국내 발효 간장을 섞은 전용 간장을 만들어 쓴다. 간장 맛이 깊고 뒷맛이 달다. 가쓰오부시와 김도 최상급이다.

스시 장인이 아낌없이 올려준 두툼한 가이센돈은 호사스러운 런치가 된다. 모둠 사시미부터 스시로 이어지는 저녁 만찬 때에는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의 덴구마이 사케가 흥을 돋운다.

이윤화 음식평론가·‘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yunaly@naver.com
#모둠생선#가이센돈#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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