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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트럼프도, 부장님도… 피날레는 ‘마이웨이’

입력 2021-01-28 03:00업데이트 2021-01-2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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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7일 수요일 맑음. 내 방식대로.
#340 Frank Sinatra ‘My Way’(1969년)

임희윤 기자
이달 20일(현지 시간)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떠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행기 뒤꽁무니를 잊을 수 없다. 기지에 깔아둔 이별의 노래는 비행기 기장과 1초 단위까지 예행연습을 한 듯 완벽한 연출을 보여줬다.

그 노래,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사진)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곡이다. 캔자스주의 농장 풍경이 떠오르는 목가적 분산화음으로 출발해 결국엔 헤비메탈 뺨치는 관현악 크레셴도가 스피커를 집어삼키는 노래. 베수비오 화산처럼 끓어오른 포화가 잠잠해지며 저 담대한 리타르단도가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이다.

‘Yes, it was my way∼’

원곡은 프랑스 가수 클로드 프랑수아가 1967년 발표한 샹송 ‘Comme D‘Habitude’다. ‘Diana’로 유명한 가수 폴 앵카가 프랑스에서 휴가를 즐기다 우연히 듣고 반했다. 귀국 후 시내트라와 밥 먹을 일이 생겼다.

“나 이제 연예계 생활이 지긋지긋해. 은퇴도 생각 중….”

이런 시내트라의 말을 듣고 그를 위한 최고의 피날레를 만들어주겠다는 일념에 앵카는 새벽잠 반납하며 ‘Comme D’Habitude’를 ‘My Way’로 개사했다. 그래서 노래는 ‘이제 끝이 다가오네/마지막 커튼 앞에 섰지’로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산전수전 다 겪고 누릴 만큼 누렸는데 후회도 좀 있지만 별거 아냐’ 하는 가사의 정점은 ‘제일 중요한 건 내 방식대로 살아 젖혔다는 것’이란 후렴구. 이것은 힙합으로 쳐도 플렉스(flex·자기과시)의 지평선 너머다.

이 대목에서 오래전 회식날 부장님이 떠오르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다. 2차로 간 노래방에서 바지춤에 왼손을 꽂아 넣은 채 ‘My Way’를 열창하던 임의 경건한 모습에 부원들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간주 점프 버튼조차 누를 용기가 없었다.

펑크록 버전도 간과할 수 없다. 영국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 비셔스가 영화 ‘위대한 로큰롤 사기’(1980년)에서 연기한 명장면. 품이 큰 정장을 입고 ‘every highway∼’를 하품하듯 부르던 비셔스는 결국 객석에 총을 난사한다. 이 엽기적 결말은 훗날 ‘시드 앤드 낸시’(1986년)에서 게리 올드먼이 더욱 충격적으로 재현했다.

특정 가수의 음성과 창법을 딥러닝해 전혀 새로운 곡을 불러내는 모창 AI(인공지능)가 요즘 화제다. AI 님께 트럼프 버전의 ‘My Way’를 의뢰하고 싶다. 자기 전 소파에 앉아 감상하고 싶다. TV에는 영화 ‘시드 앤드 낸시’를 틀어 둔 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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