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제 줄줄이 취소… 영화의 ‘샘’이 마른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1-20 03:00수정 2021-01-2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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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이경미-윤종빈 등 배출한 국내 최대 미쟝센영화제 못 열어
코로나 팬데믹에 영화계 충격파, 인디다큐페스티발도 지난달 중단
“관객 만나는 유일한 창구 막혀” 대기업 지원도 줄어 제작비 가뭄
“‘명량’의 김한민, ‘벌새’의 김보라는 이제 어디서 나오나.”

신인 감독의 등용문이자 독립·예술영화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 장수 영화제들이 코로나19로 줄줄이 취소되면서 영화업계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다. 김한민 김보라 감독은 물론 ‘곡성’의 나홍진 감독,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을 배출한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최근 밝혔다. ‘한국 단편영화 제작 편수는 미쟝센영화제 출품 편수와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편영화제였다.

‘인디다큐페스티발’도 영화제 개최와 사무국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지난해 12월 말 발표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팬데믹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영화제를 지속할 수 있는 물적 기반과 새로운 동력을 갖추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2년 출범한 미쟝센영화제는 ‘후배 감독 양성’을 내세우며 신인 감독의 장편 및 상업영화 데뷔를 지원해 왔다. 이경미 감독은 2004년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당시 영화제 부위원장이었던 박찬욱 감독이 그를 눈여겨봤다. 박 감독은 이 감독의 첫 상업영화 ‘미쓰 홍당무’ 제작자로 합류했다. ‘승리호’를 제작한 조성희 감독 역시 2008년 ‘남매의 집’으로 대상을 받았다. 당시 최대 화제작이었던 남매의 집을 주목한 제작사가 많았고, 그중 한 곳인 ‘비단길’과 손잡은 조 감독은 첫 상업영화 ‘늑대소년’을 선보였다. 김한민 감독은 2003년 ‘갈치괴담’으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윤종빈 감독은 2004년 ‘남성의 증명’으로, 나홍진 감독은 2005년 ‘완벽한 도미요리’로 각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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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영화제 수상작들은 극장에 걸리거나, 단편이 장편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았다. 김보라 감독에게 대종상 신인감독상과 청룡영화제 각본상을 안긴 ‘벌새’도 2011년 미쟝센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단편 ‘리코더 시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선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팀장은 “상영관 확보가 어려운 독립예술영화와 단편영화는 영화제가 주요한 상영 창구다. 영화제가 취소되면 신인들이 작품을 선보일 유일한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라고 했다. 그는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과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가 가진 미팅이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신인 감독들에겐 큰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 기업들도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축소하면서 독립예술영화계의 보릿고개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인 CGV아트하우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지난해 10월 CGV아트하우스 전용관이던 명동역점과 대학로 씨네라이브러리 운영을 중단했다.

‘돼지의 왕’ ‘족구왕’ 등 많은 독립영화를 배급·상영했던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부에는 현재 직원이 1명만 남아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KT&G 관계자는 “온라인 영화 시장 확대에 코로나19로 인한 관객 급감으로 독립영화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업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상영 중심 공간에서 독립영화인들을 위한 교류 공간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배급은 계속하면서 시설 투자, 독립영화 관련 전문업체 발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독립영화제#취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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