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진정한 자유는 法보다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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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프릿 바라라 지음·김선영 옮김/428쪽·1만8000원·흐름출판

“나는 전임자들이 물려준 조직문화를 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변함없이 내려오는 단 하나의 충고였다. 바로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이유를 위해 하라는 것이다.”

책 서문의 일부다. 정의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저자가 프릿 바라라(52)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2009∼2017년 미국 뉴욕남부지검장을 지낸 그는 월가의 내부자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등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2012년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바라라와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스티브 코언의 공방은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Billions)’의 소재가 됐다.

바라라는 대형 은행과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에서 정치인 17명을 기소했는데 이 중 10명이 자신을 검사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당을 초월한 법집행으로 호평받은 강골이다.

책은 수사와 기소, 판결, 처벌 등 일선 검사가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과정을 4부로 다뤘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브랜던 메이필드 사건이나 억울하게 17년이나 수감됐던 에릭 글리슨 사건 등 여러 사건이 언급된다. 사법 시스템과 인간적 취약성의 문제 등 저자의 철학과 사례들이 흥미롭게 어우러졌다. 진정한 자유는 법과 제도보다는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의와 공정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그의 정의론은 경청할 만하다.

“뭔가 근사하고 새로운 정의론을 내놓으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이던 2017년 초 유임을 제안받은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돌연 해임당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등 비리를 조사하자 해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프릿 바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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