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비 이블(Don‘t Be Evil)’, 즉 ‘사악해지지 말라’는 구글의 임직원 행동강령 첫 번째 조항이라고 한다.
이 책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주름잡는 빅테크 공룡들이 두려워할 만한 ‘반(反)독점 보고서’에 가깝다. 파이낸셜타임스 부편집장인 라나 포루하는 온라인 황제들의 청문회 실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은 ‘무법화의 전말’ ‘실리콘밸리의 신과 제왕들’ ‘네트워크 효과의 비극’ ‘빅테크는 항상 배고프다’ 등 14장으로 구성돼 있다.
주목할 것은 빅테크 공룡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전략이다.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사실상의 플랫폼 제국주의를 만들었다. 책에 따르면 지구 어디에서건 진행되는 인터넷 검색의 90%가 구글에서 이뤄진다. 30세 이하 성인의 95%는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미국 전자상거래의 절반은 아마존 몫이다.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이 그물망처럼 촘촘해질수록 그들의 힘도 더 커진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네트워크 효과다. 반면 작은 스타트업은 빅테크의 노예가 되거나, 저항할 경우 생존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또 하나, 빅테크는 사용자들이 디지털 생태계에 남긴 데이터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인간 자체가 빅테크 수익의 원천이기 때문에 정당한 몫을 공익적으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빅테크들이 장악한 인터넷은 19세기의 철도와 같다. 당시 미국에서는 6개 회사가 철도를 장악해 무연탄 시장의 90%를 지배했다고 한다. 반독점 문제가 해결되고서야 독립적인 석탄 회사들이 철도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달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처음 공개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로 독점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들과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자들을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들을 터무니없을 만큼 야심은 크지만, 판단력이 부족하고 탐욕은 넘치며 단순하기 짝이 없는 영웅답지 않은 주인공이라고 여길 뿐이다.”(라나 포루하)
저자가 들어올린 반독점 깃발에 흔쾌히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공기처럼 필수불가결의 존재가 된 빅테크와의 공생을 위해 되새겨볼 만한 주장이 적지 않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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