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가을 바람 솔솔∼ 할머니가 그리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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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등대/신소담 지음/36쪽·1만3000원·노란상상(4세 이상)

벼 베기, 콩 타작으로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깊은 밤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도 일을 놓지 못한다. 이모 집에 보낼 마늘 껍질을 까고 삼촌 집에 줄 검정콩을 골라낸다. 머리가 바닥까지 떨어지지만 애써 버틴다. “어서 드가 이불 펴고 자그라”라는 할아버지 말에 “울 막둥이 아직 안 왔는데 우째 자노”라고 답한다. 시골 외딴집을 잘 찾아오라고 노란 등을 밝힌 채 막내를 기다린다. 등대처럼.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얼룩 강아지는 콩 타작을 하고 지붕 아래 벽에 마늘을 걸어놓는 할머니 곁을 쫄랑쫄랑 따라다닌다. 마루에는 인삼주, 시내로 나가는 버스 시간표를 적은 종이가 있다. 세밀하게 담아낸 시골 풍경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코로나19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서로를 챙기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할머니 등대#신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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