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언어 낯설지만 ‘가을방학스러운’ 정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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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정규앨범 내는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

4집 ‘세상은 한 장의 손수건’을 내는 듀오 ‘가을방학’의 정바비(왼쪽)와 계피.
유어썸머 제공
4집 ‘세상은 한 장의 손수건’을 내는 듀오 ‘가을방학’의 정바비(왼쪽)와 계피. 유어썸머 제공
국내 대표적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이 다음 달 1일 4집 ‘세상은 한 장의 손수건’을 발표한다. 미리 들어본 4집의 12곡은 두왑(‘설탕옷’)과 보사노바(‘반얀나무 아래’) 장르, 케이팝 관련 가사(‘사랑없는 팬클럽’) 등 새로운 시도가 담긴, 낯설면서도 또 매우 ‘가을방학스러운’ 정서와 위트로 채색돼 있었다.

27일 밤 화상 인터뷰로 만난 두 멤버, 계피(보컬) 정바비(작사 작곡)는 “꼭 5년 전인 2015년 9월 1일에 3집(‘세 번째 계절’)을 냈다. 젊음의 10년이 가을방학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간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쿠스틱 인디 팝의 스테디셀러이자 송가(頌歌)가 돼버린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취미는 사랑’이 담긴 1집을 2010년에 냈으니 올해가 10주년이다.

쉽지만 기발한 은유의 언어를 얹은, 순정한 서정시나 청명한 수채화 같은 가사와 멜로디는 신작에서도 활짝 핀다. 첫 곡 ‘새파랑’의 첫 소절 ‘난 분명히 여기 온 적이 있어’를 부르는 계피의 투명한 목소리와 가사는 의미심장한 컴백 선언 같다.

앨범 제목은 스페인어 관용구에서 따왔다.

“각국 언어를 독학하는 게 취미예요. 이건 스페인어 교재에서 본 표현이에요. 직역하면 ‘세상 참 좁다’쯤 될 텐데, 저는 여기에 손수건에 담긴 소우주가 펄럭이듯 두근거리고 설레는 기분을 담고 싶었어요.”(정바비)

이번 음반에선 국내 인디 신의 베테랑 프로듀서이자 건반주자인 고경천이 두 멤버와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홍익대 앞 술집에서 정바비와 고경천이 미국 밴드 ‘비치 보이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야기하다 의기투합했다고.

“바비가 그동안은 건반보다 기타를 기반으로 곡을 많이 지었어요. 이번엔 경천 씨가 바비의 소박한 건반 초벌 편곡을 ‘그대로, 그대로’ ‘새파랑’에 살렸어요. 건반연주자라면 만들지 않을 라인이라면서요.”(계피)

‘반얀나무 아래서’에는 브라질의 거장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의 곡 ‘One Note Samba’에 대한 헌정을 담았다. 정바비 대신 동료 싱어송라이터 ‘짙은’이 계피와 듀엣을 맡아 이채롭다. 정바비는 “분위기는 좀 다르지만 가사도 그렇고 들을수록 가을방학 1집의 ‘속아도 꿈결’과 통하는 느낌의 노래”라고 자평했다.

‘나미브’는 시베리아의 찬 공기를 이별의 오브제로 쓴 3집의 ‘사하’와 연결된다. 나미브는 나미비아에 있는 사막 이름. 만남에 관한 이야기로 승화했다.

“나미브의 특이한 점은 바다와 직접 만나는 유일한 사막이라는 거래요. 앞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쓰냐는 질문을 받으면 세계지리라 답해야겠네요. 하하.”(정바비)

정바비는 몇 년 전부터 방탄소년단의 작사, 작곡에 참여 중이다. ‘사랑없는 팬클럽’은 본인에겐 낯선 아이돌 팬 문화를 들여다보다 만들게 된 곡이다.

디지털 음원으로 먼저 발매되는 가을방학 4집은 9월 17일에 CD와 LP로도 나온다. 1집의 LP 재발매반도 다음 달 18일 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가을방학#어쿠스틱 팝 듀오#세상은 한 장의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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