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다리에 가슴 출렁… 음악분수에 어깨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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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충남 예산 예당호
임존성 성곽 오르면 예당호 한눈에
호수에 비친 구름은 한폭의 그림
국내최장 402m 출렁다리 새 명소

지난해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의 현수교로 걸을 때마다 은은하게 흔들려 수면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지난해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의 현수교로 걸을 때마다 은은하게 흔들려 수면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내륙의 바다’를 아시나요.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충남 예산군 예당호 얘기다. 둘레만 40km로 물이 가득 차 있을 때 면적은 10.88km²에 달한다. 서울 여의도 면적(4.5km²·윤중로 제방과 한강시민공원 포함)의 2배가 넘는다. 1929년 착공해 잠깐 공사가 중단됐다가 1963년 댐과 함께 완공됐다. 아름다운 예당호 풍경은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선물 같다. 예당호를 가까이, 멀리 그리고 오래 품을 수 있는 곳을 만나보자.》



○ 멀리서 봐야 제대로 보이는 예당호
봉수산 능선에 있는 임존성은 백제 멸망 후 유민들이 나당연합군에 맞서 최후까지 격전을 벌였던 성이다.
봉수산 능선에 있는 임존성은 백제 멸망 후 유민들이 나당연합군에 맞서 최후까지 격전을 벌였던 성이다.
예당호 서남쪽에 위치한 임존성은 예당호 전체를 아우르기에 최적의 장소다. 날씨가 맑으면 예산읍까지 보인다. 임존성은 예산군 대흥면과 홍성군 금마면 사이에 솟은 봉수산(해발 483.9m)에 쌓은 산성으로 성 둘레는 약 2.4km다. 임존성은 660년 백제가 멸망한 뒤 백제 유민들이 백제의 부활을 꿈꾸며 나당연합군에 맞서 최후까지 결사항전을 펼친 곳이다. 약 3년간의 항전은 지도부의 반목과 배신으로 끝났다.
임존성으로 오르는 임도에서 만난 청설모. 한참 동안 먹을 것을 다 먹고 난 뒤에 길을 비켜줬다.
임존성으로 오르는 임도에서 만난 청설모. 한참 동안 먹을 것을 다 먹고 난 뒤에 길을 비켜줬다.
임존성은 봉수산 자연휴양림과 대련사 등에서 출발하는 다섯 개의 길로 갈 수 있다. 짧으면 800m, 멀어도 1.7km로 1시간 정도면 임존성에 닿는다. 마사리 방면은 임도를 따라 승용차로 갈 수 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임존성 바로 앞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약 5, 6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다. 주차장이 있는 임존성 남서쪽 일부 성곽은 복원됐다. S자 모양으로 된 성곽이 산 능선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향해 있는 모습은 하늘로 승천하려는 용을 연상시킨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색 풀과 나무 사이로 길게 회색빛 돌들이 늘어선 풍경은 사진 명소로 손꼽힌다. 멋진 옷차림으로 포즈를 취한다면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임존성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는 위치에 따라 주는 느낌이 색다르다.
임존성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는 위치에 따라 주는 느낌이 색다르다.
임존성을 한 바퀴 도는 데는 1∼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상대적으로 오르막 구간이 덜한 시계방향으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임존성 북쪽으로 가면 무너져 내린 옛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북쪽 구간은 이정표도 없고 길게 자란 풀 때문에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 쌓인 곳만 찾아 걸으면 된다. 봉수산 정상이 보일 즈음 오른쪽으로 예당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무 돌 위에나 편하게 앉아 예당호를 바라보면 ‘명당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행복해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햇빛에 따라 예당호의 느낌은 달라진다. 움직이는 구름이 예당호를 도화지 삼아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면 예당호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의자와 지붕도 있어 예당호를 벗 삼아 쉴 수 있다.



○ 가까이서 보면 더 아름다운 예당호

예당호 출렁다리는 지난해 완공된 새 랜드마크(대표 상징물)다. 길이 402m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다리 위를 걸을 때 다리가 은은하게 흔들려 수면 위를 걷는 느낌이 든다. 높이 64m 주탑에는 전망대가 있어 출렁다리 주변과 예당호를 살펴보기에 제격이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그 자체도 좋지만 음악분수가 나올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월∼목요일 매일 5회,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에는 매일 7회 음악분수 쇼가 펼쳐진다. 음악분수가 가동되면 신나는 음악소리에 물줄기가 춤을 춘다. 분수가 움직일 때 크게 예당호에 퍼지는 음악들은 대체적으로 빠른 박자의 신나는 곡들이다. 출렁다리 위를 걸으며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어깨가 들썩여지고 춤을 추고 싶은 충동마저 생길 정도다. 낮에도 좋지만 밤에는 조명까지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당호의 진면목은 출렁다리에 그치지 않는다. 예당호는 특이하게 물이 가득 차 있을 때 물가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나무들이 눈에 띈다. 한 그루가 아닌 여러 그루가 군락을 이뤄 물 속에 잠겨 있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잔잔한 수면에 비친 나무들이 예당호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그 가운데 ‘황금나무’라 불리는 느티나무는 예당호에서 손꼽히는 사진 명소 중 하나다. 노을이 질 때 물에서 고개를 든 느티나무가 황금빛 햇살을 받은 물빛에 반사된 모습은 신비 그 자체다.

예당호가 워낙 넓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물가 주변 도로를 따라 이동하곤 한다. 최근 예당호 수변공원에서 중앙생태공원까지 나무로 만든 길이 만들어졌다. 약 7km 길이의 ‘느린 호수 길’이다. 이름 그대로 천천히 걸으며 예당호를 즐기면 된다. 순환형 길이 아니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지만 여유 있게 시간을 잡고 걸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오래 볼수록 여운이 깊어지는 예당호

임존성 성곽 일부는 복원돼 있지만 대부분의 성곽은 무너져 있다. 성곽을 따라 가면 돌들이 모여 있어 성곽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임존성 성곽 일부는 복원돼 있지만 대부분의 성곽은 무너져 있다. 성곽을 따라 가면 돌들이 모여 있어 성곽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2007년 문을 연 봉수산 자연휴양림은 예당호를 오랫동안 눈에 품을 수 있는 곳이다. 휴양림은 봉수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넓게 펼쳐진 숙박시설 어디서나 예당호가 보인다. 전국에 많은 자연휴양림이 있지만 봉수산 휴양림처럼 앞에는 호수, 뒤에는 산이 있는 곳은 드물다. 휴양림 뒤편으로는 아기자기하게 꾸민 수목원이 있다. 나무로 만든 산책로를 따라 500m만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는 바로 앞의 대흥마을과 예당호, 그 뒤로 낮은 산들이 자리 잡고 있어 사방에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휴양림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권도 있다.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숙소에서 해가 질 때 노을에 반짝이는 황금빛 예당호를 지켜볼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예당호에 낮게 깔린 운무가 춤추는 광경을 만나는 건 보너스다.


○ 예당호 주변에서 즐기는 예산 여행
예산황새공원은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복원을 위해 만든 공원으로 사육장 등 많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예산황새공원은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복원을 위해 만든 공원으로 사육장 등 많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예산황새공원은 자연환경 훼손으로 사라졌던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의 자연 복원을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희귀한 황새를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매일 오후 2시에는 황새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에 이 시간에 맞추면 먹이를 먹기 위해 날아오는 황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황새문화관, 생태습지, 사육장, 황새 먹이주기 체험장도 갖춘 덕분에 가족 동반 여행객에게 인기다.
예산사과와인농장(은성농원)에서는 한국형 사과와인을 맛볼 수 있다. 사과와인 만들기, 사과따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예산사과와인농장(은성농원)에서는 한국형 사과와인을 맛볼 수 있다. 사과와인 만들기, 사과따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예산은 예전부터 맛좋고 품질 좋은 사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요즘 이곳에선 사과로 만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예산사과와인(은성농원)은 40년 동안 사과밭을 가꾸어 온 장인과 캐나다에서 양조를 배운 사위가 한 달 동안의 발효와 1년간의 숙성을 거친 국내산 와인을 만들고 있다. 사과와인과 사과증류주 제조 과정을 보고 듣고, 간단하게 시음을 할 수 있는 양조장 투어가 운영 중이다. 양조장에 가면 만화가 허영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 유명인사들이 숙성 오크통에 남긴 글들도 볼 수 있다. 올해 7월 문을 연 내포보부상촌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예산군은 조선시대때 유명한 장터가 자리했던 곳이다. 총 6만3000m²에 조성된 보부상촌에는 예산보부상박물관을 비롯해 체험공방, 보부상놀이터 등이 있다. 복합테마시설로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다. 예산은 이처럼 자연의 멋과 맛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고장이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예산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예산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예산=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충남 예산#예당호#예당호 출렁다리#봉수산 자연휴양림#예산황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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