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모은 음악 티셔츠… 환상의 무대-연주 눈에 선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03시 00분


‘티셔츠 수집’ 마니아 백영훈씨
음악가-공연관람 이야기 등 담아 최근 수집기 ‘음악을 입다’ 출간

백영훈 씨는 11일 마일스 데이비스의 티셔츠를 입고 나와 오른손으로 미국 프로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만든 메탈리카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오른쪽은 꼼데가르송이 출시한 비틀스 티셔츠.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백영훈 씨는 11일 마일스 데이비스의 티셔츠를 입고 나와 오른손으로 미국 프로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만든 메탈리카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오른쪽은 꼼데가르송이 출시한 비틀스 티셔츠.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음악 티셔츠에 미친 사람이 있다. 애호가 백영훈 씨(50)다. 급기야 티셔츠 수집기를 다룬 책 ‘음악을 입다’(브릭스)까지 최근 내놨다. 지미 헨드릭스부터 데이비드 보위까지 다양한 음악가의 이야기, 여러 공연을 본 경험과 티셔츠를 모은 과정을 담았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백 씨는 “티셔츠를 핑계로 제가 쌓아둔 음악 이야기를 원 없이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을 입다’는 그의 첫 책. 오랜 꿈을 이뤘다. 한때 라디오 DJ를 지망했지만 현실은 정보기술(IT) 기업 직원이었다. LG전자, EMC, 다쏘시스템에서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며 사보에 필명 ‘백운산’ 따위로 영화나 음악 리뷰를 싣는 것으로 만족했다. 현재는 한국오라클 상무다.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 티셔츠 수집에 나선 것은 1995년. 팻 메시니 내한공연 때부터다. 본인이 소장한 것만 350벌쯤. 다른 이에게 선물한 것까지 치면 500벌은 된다. 한 달에 1.5벌꼴로 산 셈이다.

“365일 음악 티만 입어도 충분할 정도죠. 다른 옷에 관심 쓸 겨를은 없어요.”

입고 나갈 티셔츠를 고르는 일은 그에게 행복한 고민이다. 그러나 파격적 디자인이 많은 음악 티셔츠가 출근 복장은 아니다. 재택 화상회의 때는 곧잘 입는다고.

“며칠 전엔 메탈리카 티셔츠를 입고 글로벌 회의에 참석했어요. 아시아태평양지역 동료 몇이 따로 쪽지를 보내더라고요. ‘야, 아까 네가 입은 티셔츠 반갑더라. 나도 메탈리카 좋아하는데!’”

그는 계절마다 종이상자 8개를 마련해 300여 장의 티셔츠를 방습제와 함께 차곡차곡 넣어둔다. 한국 음악가의 티셔츠도 모은다. ABTB, 롤러코스터, 델리스파이스, 세이수미, 이날치…. 그는 “티셔츠에 대한 나의 소유욕은 해당 음악가에 대해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이번 책을 출발점으로 음악전문 필자의 길을 가는 것이 목표다. 책에 밴드 ABTB의 긴 인터뷰를 실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해외에 견줘도 손색없는 끝내주는 한국 팀들이 시장 상황 탓에 조명 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인터넷 경매의 발달로 돈만 있으면 어디서나 뭐든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백 씨의 기준은 확고하다. 가격으로 치면 한 벌당 심리적 마지노선은 5만 원대. 경험과 기억이야말로 진짜 황금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2012년 경기 이천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산 라디오헤드의 티셔츠예요. 무대와 연주가 너무 환상적이었거든요. 잊을 수 없죠.”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다.’(46쪽)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음악 티셔츠#티셔츠 수집#음악을 입다#백영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