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종말을 앞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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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이영도 지음/240쪽·1만3000원·현대문학

소설은 쥐덫에 걸린 요정 데르긴을 시하가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데르긴은 종말을 앞둔 인류 앞에 나타난 섬망(섬妄), 환각의 환상종이다. 인류는 이미 폐허가 돼 버린 세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 데르긴의 등장은 실제로 인류가 곧 멸망하리란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데르긴이 출연했음에도 시하가 몰래 마음에 품고 있는 칸타는 남아있는 인류의 역사를 목격하고 기록하겠다며 모험을 떠난다. 인류 부활의 꿈을 꾸며 전쟁까지 불사하는 인간 종족이 모인 ‘마트’란 곳이다. 칸타의 안위가 걱정된 시하는 데르긴과 함께 그를 찾아 나선다.

한국 판타지 소설의 ‘대부’ 이영도 작가가 내놓은 신작. 종말을 앞둔 세계를 그의 판타지 문법으로 치밀하게 창조해 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과 죽음을 앞둔 인류의 섬망이 불러낸 환상종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시하와 칸타의 장#이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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