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돌아온 ‘스파이소설의 거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스파이의 유산/존 르카레 지음·김승욱 옮김/456쪽·1만5800원·열린책들

스파이소설을 문학의 경지에 올려놓은 존 르카레는 ‘개인이 사상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관념’을 작품에서 보여주려 한다. 냉전 시기 암투와 음모가 횡행하는 스파이 세계를 다루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얘기다. 그의 2017년 작 ‘스파이의 유산’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저자의 걸작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년)의 후속편이자 뒷이야기다. 당시 동독 비밀경찰(슈타지)에 영국 정보부가 심어둔 고위 정보원 보호를 위한 ‘윈드폴 작전’에 이용됐다가 숨진 요원과 여성의 자녀들이 복수를 꾀한다.

소설은 작가의 페르소나 같은 조지 스마일리 대신 그의 부하였던 피터 길럼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피터는 진실을 얘기하면 서커스(정보부의 옛 별칭)를 배신하게 되고 거짓으로 버티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윈드폴 작전의 대의명분은 냉전 이후 ‘세상이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는’ 것일 뿐. 고뇌하는 피터는 ‘자유의 이름으로 우리가 인간적인 감정을 얼마나 깎아 내면 스스로 인간이라거나 자유롭다는 생각을 더 이상 안 하게 되는 겁니까’ 하고 마음속으로 절규한다. 취조와 비밀보고서 내용, 잦은 회상으로 구성돼 자칫 지루할 것 같지만 거장의 솜씨는 86세에도 빛을 발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스파이의 유산#존 르카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