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의 세상, 유쾌하게 풀어내려 했다”

손택균 기자 입력 2020-04-20 03:00수정 2020-04-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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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웹툰 ‘스퍼맨3: 현자단의 역습’ 연재 마친 하일권 작가
데뷔후 15년간 매년 한편꼴 내… 수차례 기복 겪다보니 부담 줄어
드라마 대본 참여 계획? 만화 말고 다른 분야 소질 없어
하일권 작가는 “일을 하면 할수록 만화가가 정말 힘든 직업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모든 선배들을 존경한다”고 했다. 동아일보DB
가식과 위선으로 얼룩진 세상. 솔직한 욕망의 힘을 딛고 분연히 일어선 발칙한 영웅이 있다. 그 이름 ‘스퍼맨’. 슈퍼맨에서 앞니 두 개를 뺀 어감을 지닌 히어로명의 어근은 ‘정자(sperm)’다. 성욕이 충만해지면 하늘을 날고 괴력을 발휘하며 우주공간까지 누비는 슈퍼영웅. ‘스퍼맨 시즌3: 현자단의 역습’ 네이버웹툰 연재를 최근 마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 중인 만화가 하일권 씨(38)를 e메일로 만났다.
하일권 작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어가는 독자들에게 보내온 응원 메시지.

―울적해지기 쉬운 시기인데, 발랄한 웃음을 안겨주는 만화를 전해줘 반가웠다.

“누구에게나 힘든 나날이다. 나도 거의 집에만 머물면서 차기작을 준비하자니 답답함에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당면한 어려움을 온전히 이겨낼 때까지 우리 모두 계속 서로 도우며 참고 지내야 할 거다. 독자 여러분 모두 부디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번 시즌은 ‘성욕 그 자체는 결코 죄악시할 대상이 아니며 서로를 아끼는 연인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축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했다. ‘성욕을 힘의 근원으로 삼아 활약하는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성인물이 아니라 히어로 이야기를 기획하다가 나온 아이디어가 스퍼맨이다. 능력의 원천을 성욕으로 설정하니 자연스럽게 성에 관한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당연히 성인만화가 됐다. 작품 구조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다. 익숙한 틀 안에서 최대한 유쾌하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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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연재를 마친 웹툰 ‘스퍼맨: 현자단의 역습’의 주연 캐릭터들. 이번 시즌3는 남달리 왕성한 성욕을 초능력으로 전환시켜 쓰는 주인공 스퍼맨과 “전 인류의 성욕을 말살하겠다”는 비밀집단 현자단의 대결을 그렸다. 네이버웹툰 제공
―성인물임에도 조회 수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큰 사랑을 받는 만큼 부담도 클 텐데….

“데뷔하고 15년 동안 해마다 한 편꼴로 발표했으니 나름 다작이다. 많은 웹툰을 내놓으면서 ‘전작보다 별로’라는 반응도 적잖게 듣고 나니 부담이 줄었다. 작가도 사람이니까 기복이 있을 수밖에. 이젠 그저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 독자들에게 잘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외모로는 도저히 예상이 안 되는 뜻밖의 성격’을 도발적으로 드러내는 캐릭터들이 모든 작품에서 적잖은 매력을 드러낸다. 본인과 가장 비슷하다고 여기는 캐릭터가 있는지. 여성 캐릭터 중 제일 끌리는 인물은….

“남성 캐릭터에는 모두 조금씩 나 자신의 이런저런 특징이 들어간다. 가장 매력적인 여성은…, 주인공 김기두의 숨겨진 파워를 북돋워내 스퍼맨으로 탄생시킨 ‘생명공학연구소장 새디킴 박사’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작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속내를 동그란 안경 뒤에 감춘, 불가사의한 여성이다.”

―연재 후기에서 만화의 재미 등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내 나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데뷔할 때는 웹툰의 주축 독자와 비슷한 20대 중반이어서 그들과 여러 생각과 감성을 공유하며 그 소통의 산물을 만화로 옮겨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긴밀했던 공유의 끈을 잃어가는 듯해 불안하다.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웹툰 작가의 활동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드라마 대본 등에 참여할 계획은 없는지.

“만화 말고 다른 분야에 소질이 없다. 사실 만화 하나만도 벅차다. 예전 작품을 다시 보면 많이 부끄럽다. 그래도 다시 손질할 생각은 없다. 부족해 보여도 과거의 작품에는 그걸 그린 순간 내가 가졌던 생각과 느낌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걸 지워 없애고 싶지 않은 건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이리라 생각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하일권#스퍼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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