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온라인서 완벽한 사랑 찾기, 성공하셨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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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로맨스/아지즈 안사리,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노정태 옮김/456쪽·1만8000원·부키

시카고대 심리학자 존 카시오포의 연구에 따르면 2005∼2012년 미국에서 결혼한 커플 중 3분의 1 이상(34.95%)이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만났다. 1940년대에는 가족의 소개(24%), 1990년대에는 친구 소개(38%)가 가장 많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시카고대 심리학자 존 카시오포의 연구에 따르면 2005∼2012년 미국에서 결혼한 커플 중 3분의 1 이상(34.95%)이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만났다. 1940년대에는 가족의 소개(24%), 1990년대에는 친구 소개(38%)가 가장 많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책 이야기 전에 먼저 하나 고백해야겠다. 기자는 지난해 넷플릭스의 ‘마스터 오브 제로’를 보고 아지즈 안사리(사진)의 팬이 됐다. 저자인 안사리는 요즘 ‘핫한 직업’,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NBC의 ‘Parks and Recreation’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최근엔 ‘Right Now’가 베스트 코미디 앨범으로 내년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마스터…’에서 안사리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인도계 이민자 2세로 겪는 이해 못할 상황들(근면만을 강조하는 아시아계 부모, 배우 지망생인데 오디션에 가면 ‘인도계 억양’을 해달라는 주문만 받는 상황)을 시니컬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그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책에 호기심이 생긴 건 당연했다. 표지를 넘기자 안사리의 입담이 쏟아졌다.
 
“이런 젠장! 제 책을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돈이 제 주머니에 쏙 들어왔네요. 책을 굉장히 공들여 썼으니 만족하실 거예요.”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공하면 유머 책을 쓰라는 제안이 들어오지만, 유머는 무대에 가장 어울린다”며 한 여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읽씹’을 당하고 ‘광기어린 감정’에 휩싸인 경험에서 출발해 현대인의 사랑법에 대한 책을 쓰기로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어지는 내용은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와 함께한 아주 진지한 연구다. 2013년부터 1년 동안 두 사람은 팀을 꾸려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위치토, 뉴욕주 먼로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에서 초점 집단을 구성해 수백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애 생활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주로 스마트폰으로 오가는 이야기를 모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이웃에 사는 또래나 부모가 소개해 준 이성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시절의 결혼은 열렬한 사랑이 아닌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 위한, ‘생존 공동체 결혼’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온라인으로 이성을 만날 기회가 무한대로 많아진 지금, 사람들은 ‘솔메이트 결혼’을 꿈꾼다. 그래서 지금의 사랑은 더 나아진 걸까?

결과는 아이러니하다. 과거처럼 아무나 만나고 싶진 않지만, 완벽한 사람을 원하다 보니 선택이 더 피곤해진다. 예전엔 로맨틱한 말 한마디로 만남이 시작됐다면, 지금은 문자 속 이모티콘, 틀린 맞춤법만으로도 상대에게 정이 떨어질 수 있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남자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만날 약속을 잡지 못하고 문자만 보내다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이 두려움이 극도에 달해 ‘초식남’이 탄생했다.

책은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언제가 연애하기 좋았다는 단정적 말을 경계하며 풍부한 사례와 통계로 연애의 지형도를 그린다. 딱딱한 팩트가 반짝이는 유머로 버무려진, 똑똑하고 재기 발랄한 책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모던 로맨스#아지즈 안사리#에릭 클라이넨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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