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시인’ 나태주 “저는 길거리에 버려진 것을 주워다 쓰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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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애송시 ‘풀꽃’을 쓴 나태주(74)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 내 한 식당에서 열린 50주년 기념 새로운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를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책소개 및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12/뉴스1 © News1
국민 애송시 ‘풀꽃’을 쓴 나태주(74)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 내 한 식당에서 열린 50주년 기념 새로운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를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책소개 및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2.12/뉴스1 © News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세 구절이 담긴 시 ‘풀꽃 1’만큼은 대부분 안다.

영화, 드라마 등 매체에서 인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를 접했고, 서정성이 짙은 시구를 읽은 독자들이 시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풀꽃’이란 시는 온 국민의 애독시가 됐고, 시를 쓴 나태주 시인(74)은 ‘풀꽃 시인’으로 불리게 됐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2020년이면 등단 50주년을 맞는 나 시인은 그렇게 자신의 이름과 시를 세상에 남겼다.

시 하나, 아니 이름 하나 남기기 어려운 복잡한 세상에 남긴 성과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시골에 묻혀있는 돌멩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용도폐기가 가까운 사람”이라고 낮춰 말한다.

그는 자신의 위치나 문학적 성취에 집중하는 대신 “오늘도 무탈하게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덜 받고, 편안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생각을 하며 시를 쓴다.

나태주 시인이 평소 시를 쓰는 방식은 간단하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는 대신 1년에 200번 정도 강의를 다니는 도중 기차 안에서, 걸어가면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휴대폰에 시를 적는다.

또한 그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거나, 생각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를 쓴다. 그렇게 쓰면 “긴박하고 절실하고 그립고 찬란하다”고.

이렇게 써온 신작시 100편과 이전에 쓴 독자들이 사랑하는 시 49편, 나태주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이 모여 등단 50주년 기념 신작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열림원)이 나오게 됐다.

시인의 시는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명 ‘쉬운 시’를 쓴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졸렬한” 시이다.

그러나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난 나태주 시인은 “시인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서비스맨이고, 시는 사랑하고 아끼고 그리워하는 예쁜 마음으로 쓰는 연애편지”라며 독자를 위한 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놀랍게도 독자들은 아주 짠짠하고, 구성이 잘 짜여져 있고 함량 높은 시를 원하지 않는다”며 “신작 해설을 맡은 정실비 평론가의 말처럼, 시인은 빗장을 벗기고 문지기를 치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다 지치고 힘들다고 하는데, 시는 이런 사람들에게 화내지 말고 살아보자, 너는 귀한 사람이다, 아름답다, 사랑받고 있다라고 하며 그들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태주 시인이 등단 초기부터 쉬운 시를 고집한 건 아니다. 그도 과거엔 “‘시’다운 짠짠한 시를 썼다”고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시답지 않은 시, 한 번도 듣도보지 못한 나태주만의 아우라가 있는 시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 시인이 12년 전 췌장에 문제가 생겨 죽을 위기에 처한 경험도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현재 시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매일을 “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아침 저녁으로 시 원고를 본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삶의 소중함이 묻어났다.

나태주 시인은 “작가의 마음(작심), 문장의 마음(문심)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독자의 마음(독심)을 알아야 한다”며 “그럴 때 독자들이 시인에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는 길거리에 버려진 것들, (세상에) 널려 있는 것들”이라며 “저는 그걸 주워다 쓰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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