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이웃, 오래 가게… 한신옹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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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라지만, 우리 곁에는 오랜 시간 골목을 지키고 있는 노포(老鋪)들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들을 ‘오래가게’라는 이름으로 기리고 있습니다. 어느새 떼지 못할 만큼 정이 들어버린 이웃을 소개합니다.》

“옛날만큼은 장사가 안 되는데…. 앞으로는 잘될 것 같아. 잘될 거예요. 이제 서울에 항아리 파는 가게라고는 우리 집밖에 안 남았을 테니까.”

요즘은 서울에 항아리 쓰는 집이 많지 않지요. 실제로 주변 옹기가게 대여섯 곳이 다 문을 닫고 이제 한 집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옹기가게 신연근 할머니에게는희망이자 기회로 보입니다.

남산 아랫자락, 주로 월남(越南)한 실향민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졌다는 해방촌은 요즘 인근의 경리단길과 묶여 ‘핫 플레이스’로 통합니다. 근사한 맛집들이 젊은이들을 유혹합니다. 따닥따닥 붙은 판잣집 이야기는 거의 전설처럼 남아있을 뿐입니다.

이런 곳에 항아리 가게라니.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이 자리를 50년 넘게 지켜온 골목의 터줏대감입니다. 자기 땅에 지은 가게인데도 가건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당하기를 수십 번. 갖은 고생 끝에 겨우 제대로 된 집을 올리고서야 할머니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올해 여든 넷. 그래도 하루도 쉬는 날이 없습니다.

허탕 치는 손님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지금껏 버티게 해준 힘입니다. 그 덕에 6남매가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30여 년 전 먼저 간 남편(고 한석태 씨)의 성과 할머니의 성을 따서 이름을 지은 가게. 한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다 보니 지금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가는 명소가 됐습니다. 우연히 길 건너편에 같은 이름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 서울 용산구 신흥로 7, 용산 한신아파트 맞은편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오래가게#한신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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