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이웃 ‘오래가게’… 개미슈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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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라지만, 우리 곁에는 오랜 시간 골목을 지키고 있는 노포(老鋪)들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들을 ‘오래가게’라는 이름으로 기리고 있습니다. 어느새 떼지 못할 만큼 정이 들어버린 이웃을 소개합니다.》

아주머니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건물 사진은 괜찮은데 본인 얼굴이 나오는 건 싫답니다. 이곳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과 함께 사진을 찍어 가게 앞 벽면에 붙여놓은 정성을 생각하면 의외의 대답입니다. 속내를 여쭤봤습니다.

“구경 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물건은 편의점에서 사요. 동네 사람들도 대형마트만 가고…. 물건 파는 상점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라니까요.”

장사하는 심정에서 토라질 만도 합니다. 그래도 매일매일 추억을 남기는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동네 골목 자체가 아주머니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 때문입니다.

1964년 문을 연 이 가게를 지금 주인인 차효분 씨가 인수한 것은 10년 전. 차 씨는 이 가게의 5대 사장입니다. 지방에 살다 이 동네로 이사 왔지만, 실은 가게 바로 앞 건물이 어린 시절 차 씨가 자란 집입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향입니다. 이렇게 때로 투덜대면서도 차 씨는 동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여행객들과 여전히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습니다. 가게 주인의 추억 위로 낯선 이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 서울 용산구 청파로 85가길 31. 서울역 공항철도역 15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오래가게#개미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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