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과 균형의 조화, 갤롭 데르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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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ès

2019년 에르메스가 새롭게 선보인 시계 ‘갤롭 데르메스 (Galop d’Hermès)‘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대에서 환경디자인을 전공한 설치미술가 이니 아르키봉의 상세한 관찰을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아르키봉은 에르메스의 역사가 담긴 기록 보관 아카이브에 소장된 재갈, 등자(¤子·말안장의 동그란 발 받침대) 등의 마구(馬具·말을 다룰 때 쓰는 기구) 컬렉션과 수많은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았다. 등자 형태의 케이스는 빛이 곡선을 따라 흐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금속에 온기를 전해주고 형태를 돋보이게 한다. 둥글거나 각진 기존 시계에서 벗어나 사다리꼴 형태를 살렸다. 자연스럽게 모서리각이 부드러워져 완벽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돔형 글라스를 통해 빛을 받는 다이얼은 맑은 강물 사이로 비치는 조약돌 같다.

아르키봉은 “내 작업의 중심은 빛을 포착하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있다. 공기역학적 형태와 미래주의적 라인이 구성하는 표면과 빛의 반사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는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시계 다이얼에도 ’디테일‘이 숨어 있다. 다이얼의 숫자 크기가 위치에 따라 다르다. 상단부로 갈수록 글꼴 사이즈가 작아지도록 배치해 입체적으로 보인다.

8시를 가리키는 숫자 8은 등자 형태를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넣었다. 어떻게 보면 무한대를 나타내는 기호 ∞ 로 보인다. 거울 2개를 마주 보게 해 끝없이 확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미장아빔‘ 효과도 난다. 전체적으로 마구 제조에서 시작돼 앞으로도 계속 변화를 거듭해나가는 에르메스의 역사와 비전을 담았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크라운도 6시 방향에 배치해 재치와 균형미를 더했다.
갤롭 데르메스는 316L 스틸과 로즈 골드에 각각 다이아몬드 세팅, 무보석 버전으로 총 4종류로 출시됐다. 스트랩 소재는 송아지, 악어가죽을 사용했다.

스트랩은 내추럴, 블랙, 블랙커런트, 사파이어 블루, 파이어 레드, 라즈베리, 엘리펀트 그레이 등의 색으로 구성됐다.

갤롭 데르메스에는 시간에 대한 에르메스만의 차별화된 해석이 잘 녹아 있다. 재미있고 유쾌한 기존 스타일을 뛰어넘어 친근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때로는 익살스럽고 즐거움을 더한 시간의 의미를 반영한다.

그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를 넘어 시간과의 관계에 의미 부여를 하고, 거기에 맞는 오브제를 잘 담았다.

필리프 델로탈 에르메스 시계 개발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갤롭 데르메스는 주얼리와 시계라는 틀을 뛰어넘는, 형식을 완전히 탈피한 스타일의 오브제다. 자유와 영혼,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르메스 시계를 찬다는 것은 형식적인 것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답답한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간에 지배된다기보다는 함께 즐기고, 감동과 힐링을 만들어내는 관계의 차원에서 시간을 표현하려는 노력은 전통적인 워치 메이킹의 틀을 깨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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