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때요?”…당신에게 안성맞춤인 ‘책처방’ 받아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6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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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처방’이 화제다. 책 처방이란 대략 1시간 동안 1대1로 이야기를 나눈 뒤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라주는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독립서점에서 주로 진행하며 비용은 5만 원 안팎. 책처방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독립서점 ‘카모메그림책방’과 ‘책방이듬’, 도서플랫폼 ‘플라이북’에서 책처방을 받아봤다.

●직관적 힐링 주는 ‘그림책처방’

11일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카모메그림책방’을 찾았다. 그림책 400여 권이 빼곡한 공간에 들어서자 마음이 절로 차분해졌다. 이곳에선 책 판매뿐 아니라 그림책 낭독 등 행사와 책처방 격인 ‘책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50분 간 타로카드를 이용해 상담한 뒤 제공하는 그림책 1권을 포함해 3, 4권을 추천해준다.

“좋은 질문에서 좋은 대화가 나옵니다. 질문을 준비하세요.”

카드를 솜씨 좋게 부채 모양으로 펼치며 정해심 대표가 말했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 ‘추천 받고 싶은 그림책 주제’를 묻는 질문지에 천천히 답을 채워갔다. 새로운 자리에 잘 녹아들지,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를 차례로 물었다.

“열심히 하는 것과 인정받는 게 늘 일치하는 게 아닙니다.” “성배를 들고도 마시지 못하는 킹(카드)처럼 늘 갈급할 겁니다.”

심리학과 상담심리를 오래 공부한 정 대표가 말했다. 타로를 매개 삼아 재미있고 거부감 없이 속마음을 꺼낼 수 있었다. ‘타로 수다’를 마친 뒤 정 대표가 서가에서 척척 그림책 4권을 뽑았다.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시공주니어), ‘나는 고양이라고!’(시공주니어), ‘공기처럼 자유롭게’(미래아이), ‘구덩이’(북뱅크).
이 가운데 ‘샘과…’를 데려왔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땅굴을 파던 샘과 데이브가 끝내 다다른 곳은 초콜릿 우유와 과자가 있는 집이란 이야기다.

[상담 후기] 그림책은 한 번 봐도 잘 잊혀지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도 마음에서도. 평소 책과 친하지 않거나 그림책이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상담은 ‘유쾌’ 추천은 ‘뾰족’…시인의 처방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책방이듬’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이듬 시인. “우울을 없애주거나 돈을 잘 벌게 해주는 ‘책처방전’은 없다. 오래 쌓인 독서가 점차 힘을 발휘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흥렬 작가 제공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책방이듬’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이듬 시인. “우울을 없애주거나 돈을 잘 벌게 해주는 ‘책처방전’은 없다. 오래 쌓인 독서가 점차 힘을 발휘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흥렬 작가 제공

“병원처럼 위급한 부분이 책으로 치유되는 건 아니잖아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책방이듬’을 운영하는 김이듬 시인은 ‘책처방’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책이 주는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절감한다. 김 시인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 찾아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의료기관이나 전문 상담기관보다 이곳을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에서 경력이 쌓일수록 부담감도 크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허약하고 파괴적인 생각을 하면 그렇게 된다. 강박은 피곤함만 낳을 뿐”이라며 과학자가 쓴 ‘랩걸’(알마)을 권했다
.
“물욕을 줄이고 싶다”고 하니 “이미 경계하는 마음을 지녔다는 게 중요하다”며 고(故)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난다)를 추천했다.

다른 이에게 어떤 처방을 전했는지 궁금했다. “실수하면 며칠을 자책한다”는 신입사원에겐 ‘회사의 언어’(어크로스), ‘반응하지 않는 연습’(위즈덤하우스)을 추천했다.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에겐 서효인 시인의 ‘잘 왔어 우리 딸’(난다)를 소개했다고 한다.

[상담 후기] 상담은 유쾌하되 처방전은 날카롭다. 김 시인은 방대한 독서력을 바탕으로 문학과 인문·철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등을 아우르며 다양한 책을 맞춤 추천해줬다. 독서 편식을 바꿔보려는 이들도 이용할 만하다.

●간편하게 다양한 책 골라주는 ‘플라이북’

도서플랫폼 ‘플라이북’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하면 ‘내 상태’를 묻는다. ‘요즘 상태’의 14가지 항목 가운데 ‘불안해요’ ‘행복해요’ ‘용기가 필요해요’ 등을, ‘요즘 관심사’로는 ‘진로’ ‘기획/마케팅’ ‘지식/상식’ ‘글쓰기’ 등을 택했다. 장르, 분량, 난이도는 특별한 선호가 없어 ‘아무거나’를 찍었다.

[상담 후기] 관심사와 상태별로 30여 권의 책을 추천해준다. 평소 독서 범위 밖 책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추천 권수가 너무 많아 오히려 선택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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