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수동적 주부의 소심한 일탈…반전매력 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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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 열연 염정아
“지금은 활동하는 것만으로 행복…말랑말랑한 뮤지컬 해보고 싶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6일 만난 염정아는 “미스코리아 시절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그 때가 더 예뻤겠지만 나의 모든 면이 뾰족했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지금이 좋다”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6일 만난 염정아는 “미스코리아 시절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그 때가 더 예뻤겠지만 나의 모든 면이 뾰족했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지금이 좋다”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 알고 보면 가정적이에요. 남편에게도 잘 맞춰주고요.”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배우 염정아(46)에게 주눅 든 전업주부 역할이 의외라고 하자 돌아온 답이다. 염정아는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가부장적 변호사 태수(유해진)를 상전처럼 모시는 아내 수현 역할을 맡았다. 소극적 성격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고 하자 반가운 듯 “대본을 읽어 본 것 중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라고 맞장구를 쳤다.

“유해진 씨와의 앙상블은 상상만 해도 재밌겠단 예감이 들었어요. 촬영할 때는 맹하고 순진한 이미지를 살려 대본보다 더 귀여워졌고요.”

영화 속 수현은 남편 태수가 잔소리를 할 때마다 시를 읊어댄다.

‘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시합을 했어//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

머리를 새로 했는데도 통 알아봐주지 않는 무관심한 태수를 향한 은근한 압박이다. 육아와 집안일이 일상의 전부인 수현은 문학 모임에 나가고 블로그에 시와 소설을 쓴다. 블로그를 통해 연락하게 된 팬이 ‘답답하면 속옷이라도 자유롭게 입어보라’고 하자 남편 몰래 과감한 속옷도 걸쳐본다. 그런 행동을 염정아는 “그녀만의 일탈”이라고 했다.

“숨 쉴 구멍은 없는데, 가정을 버릴 용기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던 거죠. ‘남편이 아무리 무심해도 나는 이 가정을 잘 지킬 거야. 대신 나는 시 좀 쓸게. 속옷만큼은 내가 입고 싶은 거 입을 게.’ 아무도 몰래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영화 ‘완벽한 타인’ 열연 염정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완벽한 타인’ 열연 염정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수현 역할에 끌린 건 물론 수동적 모습만은 아니다. 영화의 뒷부분에서 수현은 어떤 계기로 한순간에 감정을 폭발시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현이 보여주는 것들이 너무 재밌었어요.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마지막에 터뜨릴 부분이 있어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속상함을 여기까지 쌓아놓다가 한 번에 터뜨린 거죠.”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한 현장 분위기도 매끄러웠다. 대사를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대화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리허설을 해보면 ‘각이 나왔다’.

“현장에서 유해진 씨가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정말 웃겼고, 이서진 씨는 정말 긍정적이에요. 저도 긍정적인데 저를 능가할 정도에요.”

어느 덧 연기 경력 27년차에 “육아로 몇 년간 공백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녀다.

“하고 싶은 역할이요? 맘마미아나 라라랜드처럼 말랑말랑한 뮤지컬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20대 때 노래와 춤을 꽤 즐겼거든요.(웃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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