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5만원 받더라도 계약서 당연히 쓰는 문화 정착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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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10분 다큐 만들어 웹드 ‘행복한 인질’의 임금체불 고발한 곽민석 배우

2016년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곽민석 씨(오른쪽). 그는 “(임금 체불로) 충격을 받아 연기를 접고 태국으로 이민을 간 후배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2016년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곽민석 씨(오른쪽). 그는 “(임금 체불로) 충격을 받아 연기를 접고 태국으로 이민을 간 후배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단역 배우들은 본인들이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계약서 얘기 꺼냈다가 좁은 판에서 ‘건방진 애’로 찍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니까요. 돈을 못 받아도 제작자가 ‘미안하다. 다음 작품 때 비중 있는 역할 챙겨줄게’ 하면 혹할 수밖에 없죠. 그만큼 일이 급하니까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낯익은 20년 차 배우 곽민석 씨(48)가 배우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고 나섰다. 그는 2016년 출연한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제작진의 문제점을 다룬 10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배우와 음향, 조명, 분장 스태프 등 40여 명은 일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했다. 함께 일한 후배들의 수당을 자비로 미리 챙겨준 스태프들은 빚더미에 나앉기까지 했다. 제작사 대표는 “지금은 돈이 없다. 해외에 판권이 팔리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버티다 잠적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단돈 5만 원을 받더라도 계약서를 당연히 쓰는 문화가 정착돼야죠. 만약 불가피하게 계약서를 못 썼다면 당일 퇴근할 때 임금을 지급하는 게 맞고요. 또 제작 현장에는 제작비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프로덕션 슈퍼바이저(PS)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인건비 지급에 문제가 없었는지,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를 감시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곽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2008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하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제작사는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 날 회사가 없어졌다. 해당 제작사 대표는 뻔뻔하게 새 회사를 차려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저는 그 돈(출연료) 못 받아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차비조차 없어 촬영장까지 걸어 다니는 많은 후배를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선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단역 배우#임금 체불#웹드라마#행복한 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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