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윤 작가 “약사 일 답답해서 소설 쓰기 시작… 작품 속 인물들로 대리만족 느껴”

  • 동아일보

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정경윤 작가

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집필할 당시 정경윤 작가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그해 겨울 독감이 유행해 약국도 정신없이 바빴다. 그는 “가장 힘든 시기 신들린 듯이 써내려간 이 작품은 10여 편의 소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집필할 당시 정경윤 작가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그해 겨울 독감이 유행해 약국도 정신없이 바빴다. 그는 “가장 힘든 시기 신들린 듯이 써내려간 이 작품은 10여 편의 소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약국으로 출퇴근하는 일이 갑갑했어요. 한자리에서 약을 조제하고 복약 지도를 하는 게 힘들어 병이 날 것 같더라고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0일 만난 정경윤 작가(40)는 약국을 운영하던 시절 글쓰기가 유일한 ‘숨구멍’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의 대표 로맨스 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다음 달 6일 박서준, 박민영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 첫 회가 방송된다. 지난해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됐던 ‘김비서…’는 누적조회수가 5000만 건을 넘었다. 동명의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상상하고 낙서하길 좋아해 이과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춰 원서를 쓰다 보니 약대를 가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곧장 약국을 연 정 작가는 답답한 생활의 탈출구로 온라인 로맨스 소설 커뮤니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쓴 로맨스 소설만 10편이 넘는다. 2014년 글쓰기와 육아를 위해 약국을 접었다.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운명이란 게 정말 있나 싶어요. 점심시간을 쪼개서 쓰고, 아이들 재운 뒤 밤에 몰아서 쓰고…. 코피까지 흘리면서도 멈추기가 힘들더라고요.”

처음 소설을 출간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역시 약사인 그의 남편은 “네 책을 누가 내주느냐. 돈 달라고 하면 사기니까 조심해”라며 믿지 않았다.

“인세가 들어오니 남편은 그제야 ‘세상에, 정말 돈을 주네?’ 하며 신기해하더군요. 하하.”

2013년 출간된 ‘김비서…’는 재벌 2세 이영준과 그를 9년 동안 수행한 여비서 김미소가 주인공이다. 김미소가 비서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이영준이 온갖 방법으로 그를 붙잡으며 몰랐던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

약국을 벗어나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는 인터넷을 통해 취재했다. ‘김비서…’를 쓸 땐 현직 비서들의 커뮤니티를 찾아 게시판에 올라오는 경험담과 고충을 수집했다. 정 작가는 “비서인 척 위장하고 질문을 올린 적도 있다”며 민망해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밖에 나가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 약국에 갇혀있던 제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줬어요. 비서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취재했답니다.”

정 작가는 최근 드라마 제작 기념으로 ‘김비서…’의 외전도 썼다. 이영준과 김미소가 신혼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다음 달 첫 방송 일에 맞춰 카카오페이지에 공개된다.

“올해 말 공개를 목표로 다른 신작도 준비하고 있어요. 따뜻한 인간미를 담아 독자들에게 힘을 주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정경윤 작가#김비서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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