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식 사과…“준엄하게 혁신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18시 21분


영화진흥위원회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것에 대해 국민과 영화인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 위원장은 “영진위는 2009년 당시 각종 지원사업 심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사실상 청와대와 국정원 등 정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원작과 지원자를 결정하는 편법 심사를 자행했다”면서 “2008년 8월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에서 주도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에 따라 실행된 조치라는 분석을 부정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1월 취임한 오 위원장은 그간 내부 진상조사 등을 통해 현재까지 56건의 블랙리스트 실행 사례를 파악해왔다. 이날 영진위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과 ‘다이빙벨’을 상영한 여러 예술전용관 등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과 △2015년 예술영화 지원사업에서 박찬경 감독을 ‘야권 지지자’인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이송희일 감독과 오멸 감독은 진보성향이라는 이유 등으로 청와대로부터 지원 배제 지시를 받은 것 등을 문제 사례로 꼽았다. 이밖에도 세월호 강정해군기지 한진중공업 용산참사 KT노동자 등의 ‘키워드’와 관련된 작품은 ‘문제 영화’로 꼽아 지원을 배제했다는 게 영진위의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당시 청와대와 관계 당국은 특정 영화인 배제 지침을 영진위에 하달하고 영진위는 각종 지원 신청작(자)에서 이 지침과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작품과 영화인을 선별해 보고했고, 관계 당국은 특정 작품의 지원 배제 여부를 영진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이날 공식 사과와 함께 ‘영진위 과거사 진상 규명 및 쇄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통해 후속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를 본 영화인에게 사과와 피해 복원 등 후속 조치를 취하며 제도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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