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여수]벼랑길 걷다 보면… 쏴아∼ 들리는 파도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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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살아 숨쉬는 금오도 비렁길

금오도는 육지와 다른 들꽃과 나무들이 자라 섬만의 식생을 자랑한다. 금오도 자연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이 비렁길이다.
금오도는 육지와 다른 들꽃과 나무들이 자라 섬만의 식생을 자랑한다. 금오도 자연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이 비렁길이다.
전남 여수에는 순천만 대여자도부터 남해 끝자락 거문도까지 보석 같은 섬이 365개나 있다. 여수의 섬들은 육지와 다른 들꽃과 나무가 자라는 독특한 식생을 자랑한다. 이들 섬 가운데 금오도는 순수한 자연미가 남아 있는 곳이다. 비렁길을 걸으면 금오도 속살이 보인다.

금오도는 여수시 남면 금오열도의 중심 섬이다. 면적 27km², 해안선 길이 64.5km로 여수에서는 돌산도 다음으로 크다.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으로 불렸고 섬 생김새가 큰 자라(鰲·오)를 닮았다고 해서 금오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비렁길은 금오도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다녔던 해안길이다. 비렁길은 바다에 붙어있어 걷다보면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절벽이 맞닿는다. 벼길을 가다 보면 ‘쏴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비렁길은 자라의 오른쪽 뒷다리에 해당하는 함구미 나루에서 시작해 바다를 끼고 장지까지 이어진다. 총 18.5km의 5개 코스로 나눠지는데 대부분이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최은순 금오도 문화관광해설사는 “비렁길을 걷노라면 수채화 같은 봄 풍경을 감상하며 푸릇푸릇 생명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 절터∼신선대∼두포 5km 거리다. 1코스를 거니는 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함구미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의 오솔길은 울창한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군락을 이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발끝으로 내려다보이는 미역널방의 비경이 장관이다. 미역널방은 옛날 어부들이 미역을 널었다는 낭떠러지 위의 넓은 바위다. 미역널방 전망대는 고흥반도로 넘어가는 해넘이 명소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전설이 살아있는 송광사 절터를 지나면 섬 지역의 독특한 장례 풍습을 엿볼 수 있는 초분이 나온다.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신선대도 볼 수 있다.

비렁길 2코스는 두포마을∼굴등 전망대∼촛대바위∼직포마을 3.5km 구간으로, 1시간 반이 걸린다. 2코스는 금오도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정착해 첫개 또는 두포라 불리는 두포마을에서 시작된다. 바다 전망이 일품인 굴등 전망대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장소인 촛대바위가 인상적이다.

비렁길 3코스는 직포마을∼갈바람통 전망대∼매봉 전망대∼비렁다리∼학동마을까지 3.5km 구간으로, 1시간 30분이면 걸을 수 있다. 직포마을에는 300년이 넘는 노송이 버티고 있다. 붉은 동백 숲과 굽이굽이 벼랑을 에워싼 목재 산책길이 걷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과 에메랄드 빛 해안 길은 비렁길의 진수를 보여주기 충분하다. 바닥이 환히 보이는 비렁다리의 아찔함은 또 다른 재미다.

비렁길 4코스는 학동마을∼사다리통 전망대∼온금동 전망대∼심포마을 3.2km 구간이다. 이 코스도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4코스는 비렁길 코스 가운데 가장 짧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이자 등산이 부담스러운 탐방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온금동 전망대에서 심포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선 길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비렁길 5코스는 심포마을∼막개 전망대∼숲구지 전망대∼장지마을이다. 거리는 3.3km, 소요 시간은 1시간 반이다. 5코스 주변 바다는 망망대해다. 옛 기록에는 5코스 내 망산 봉수대에서 맑은 날이면 일본 쓰시마섬이 보인다고 한다.

5코스는 깎아지른 절벽에서 뿌려진 시루떡 모양의 납작한 돌들이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이 느껴진다. 비렁길의 5개 코스를 전부 돌다 보면 해질녘이 된다. 붉게 물든 환상적인 해넘이를 보고 산을 내려오면 종착지 장지마을에 이른다.

장지마을 넘어 다리로 연결된 안도는 망망대해를 마주한 섬이다. 안도와 연도 등 3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금오열도를 넘어서면 끝없는 바다다.

김병호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66)은 “금오도는 비렁길에서 조금만 벗어나 산속 등산로를 걷다 보면 야생화 군락지가 많아 봄에 거닐기가 좋다”며 “금오도만의 차별화된 문화와 식생 자체가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국내여행#금오도#비렁길#금오도 비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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