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국의 88만 원 세대 ‘바링허우’의 속사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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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링허우/양칭샹 지음·김태성 옮김/312쪽·1만4000원·미래의창

“베이징에서 100m² 크기의 300만 위안(약 5억 원)인 집을 사려면 농부는 당나라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밭을 갈아야 하고, 강도범은 화이트칼라 계층을 대상으로 30년간 쉬지 않고 2500번 연속 범죄를 저질러야 가능하다.”

마치 “서울 강남의 집을 사려면∼” 등의 표현과 비슷한 이 말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심각한 주거난을 겪고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대도시의 현재 모습에 대한 불만을 담은 표현이다. 집값뿐 아니다. 치열한 입시부터 취업난 그리고 결혼을 포기하는 현상까지. 우리나라의 청년세대와 쏙 닮은 중국의 청년세대 ‘바링허우’를 분석했다.

바링허우(八零後)는 1980년대생을 뜻한다. 중국인민대 문학원에서 학자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저자 역시 1980년생이다. 언론 등에서 1980년부터 시행된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의 대상자이자 중국 유행을 선도하는 세련된 젊은이로 묘사되는 이들의 실상을 면밀히 파헤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과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해 박사학위 취득을 앞둔 학생 등 실제 바링허우 5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구성이 생동감을 준다.

국가만 다를 뿐 한국의 청년세대와 너무나 흡사하다. 입시지옥을 거친 후 고시 합격을 최고로 여기는 대학생들과 사회와 개인을 철저히 분리해 자신의 성공만을 좇는 젊은이들의 씁쓸한 모습 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다른 게 있다면 중국 일부 지역에는 신분증 검사를 하며 돈을 요구하는 관시(關係)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 정도랄까.

왠지 모를 씁쓸한 공감을 뒷맛으로 남기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바링허우#양칭샹#중국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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