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마법을 얻게 된 소녀가 일깨우는 생의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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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마신 소녀/켈리 반힐 지음·홍한별 옮김/400쪽·1만4000원·양철북

숲속에 버려진 아기 루나. 마녀 잰은 루나를 구해 달래다 실수로 달빛을 먹인다. 잰은 어마어마한 마법의 힘을 갖게 된 루나를 키우기 시작한다. 시를 사랑하는 늪 괴물 글럭과 작은 용 피리언이 루나의 친구이자 가족이다.

얼핏 보면 마냥 아름다운 동화 같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같은 묵직한 주제가 녹아 있다. 루나가 버려진 건 우연이 아니다. ‘보호령’이라는 도시를 지배하는 장로회가 해마다 숲속에 아기를 버려야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입해 장로회의 말에 순종하게 만든 것.

아직 어려 마법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글럭을 토끼로 만들고 내디딘 발자국마다 꽃이 피어나게 하는 루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잰은 결국 마법을 쓸 수 없게 루나의 능력을 일정 기간 봉인한다. 마침내 13세가 되어 마법의 봉인이 풀린 루나는, 기력이 다했지만 또다시 버려진 아기를 구하러 숲으로 가는 잰을 뒤쫓는다.

시냇물이 케이크가 되고, 이부자리가 백조로 변하는 등 마법이 피어나는 장면은 신비롭다. 생생한 인물들의 캐릭터는 생의 의미를 찬찬히 짚어보고, 인간의 탐욕을 돌아보게 만든다. 의문을 풀기 위해 모험에 나서는 루나, 죽음이 다가오며 마법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지만 마지막까지 할 일을 해 내는 잰, 대장로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자랐지만 얼굴에 큰 흉터를 입는 사고를 당한 후 목수 일을 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앤테인…. 다른 이의 슬픔으로 허기를 채우는 이그나시아 수녀 등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대변한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도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가라고 속삭인다.

긴장감이 고조되며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개는 작품을 탄탄하게 떠받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읽는 이에 따라 각각 다른 재미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에. 미국의 유명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 2017년 수상작. 원제 ‘The girl who drank the moon’.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달빛 마신 소녀#켈리 반힐#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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