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이 진행될수록 진범의 정체가 더 수수께끼로 빠져드는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는 “드라마의 목표가 ‘범인 잡기’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tvN 제공
종잡을 수 없는 드라마다. 중반을 지나면 드라마의 갈등구조뿐 아니라 결말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기 마련인데 실마리는커녕 시청자들을 미궁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한 회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회만 본 사람’은 없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이다.
스토리를 짠 작가도 드라마 제목만큼이나 비밀스럽다. 방송 드라마가 첫 작품이라는 이수연 작가는 대면 인터뷰와 사진 촬영도 고사해 이메일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로 했다.
왜 하필 ‘감정 없는 검사’가 사건을 해결할까. 이 작가는 “혼돈의 판국을 뒤집는 데 누가 최선일까. 어떤 캐릭터를 설정해야 거침없이 달려갈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설정”이라며 “거창한 비유지만 광야에 감정이 없는 초인(超人)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 없이도 극을 끌고 가는 조승우만큼 조연들의 연기가 든든하게 대본을 뒷받침한다. 작가에게는 “‘연기 구멍이 없다’는 말이 가장 기쁜 평”이라고 한다. “특히 용산서와 서부지검 배우들은 현장 캐스팅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현실감 있게 배역을 구현해줬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특히 열혈 경찰 한여진 역을 맡은 배두나와 부패검사 서동재 역을 맡은 이준혁을 ‘작가가 상상한 캐릭터를 연기로 뛰어넘은 배우’라고 표현했다. 그는 “배두나 씨는 힘을 빼고 연기하는 가운데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이준혁 씨가 캐릭터에 가진 애정이 훨씬 컸기에 지금의 서동재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실만큼 정치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검경 조직의 민낯이 몰입감을 더한다. 법원을 오갈 때 수사기록을 싸는 소품 보자기부터 ‘저 배우가 사실은 실제 부장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대사까지. 이 디테일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극 전개상 밀고 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허술한 그림이 나오지 않도록 조사를 철저히 했어요. 법학도서관 자료들이 유용했고 대검찰청 견학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좋은 검사’만 나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많은 얘기를 들려주신 검사님들과 사무관님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이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본성은 자신을 가장 아끼는 감정, 즉 ‘자기애’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자기애를 어디까지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캐릭터 간 차별성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우문(愚問)인 걸 알면서도 ‘그래서 도대체 결말은 어떻게 되나’라는 궁금증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점은) 극 중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에 있다고 봐요. ‘어떤 형태의 권선징악이 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결말에 공감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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