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韓발레 해외에 알리는 첫걸음 지켜봐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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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로 데뷔하는 발레리나 김세연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은 원숙한 무용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안무작에 출연하는 임혜경에 대해 “나이가 적지 않지만 테크닉은 물론이고 존재감, 연기, 감정 표현 등 많은 부분에서 모범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은 원숙한 무용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안무작에 출연하는 임혜경에 대해 “나이가 적지 않지만 테크닉은 물론이고 존재감, 연기, 감정 표현 등 많은 부분에서 모범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스포츠에서는 여행하듯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를 ‘저니맨’이라고 부른다. 평탄하지 않은 선수 생활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팀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38)은 뛰어난 실력으로 발레리나로서는 드물게 여러 무용단을 거쳤다. 그는 1998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2004년 미국 보스턴발레단, 그해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2007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2012년부터는 스페인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4곳의 해외 발레단을 거친 이유로 ‘새로움’을 꼽았다. “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적응됐다 싶으면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성향이 강해요. 3, 4년간 한 발레단의 레퍼토리를 다 하고 나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6월 19, 20일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죽음과 여인’으로 안무가로 데뷔한다. 2013년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4년 만의 국내 팬과의 만남이다.

이번 안무작에는 스페인 무용수 4명, 한국 무용수 11명이 출연한다. 그는 춤은 물론이고 기획, 안무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무용수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발레리나 임혜경(46),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39)과 ‘플라잉 레슨’이라는 공연을 기획해 무대에 올렸다.

“사실 안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이번 작품은 발레리나 김주원(40) 언니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무해 여기까지 왔죠. 정작 주원 언니가 부상으로 이번에 함께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요.”

그가 해외 진출을 했을 때만 해도 국내 무용수의 해외 진출은 드물었다. 현재는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 많은 무용수가 진출했고, 각종 콩쿠르도 휩쓸 정도로 성장했다.

“확실히 한국 무용수들이 발전했어요. 한국 무용수가 없는 유명한 해외 발레단이 없을 정도죠. 다만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이 한국에서는 발레단이 부족해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다는 영향도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스페인 국립무용단에서 그는 수석무용수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무용수인 ‘리드 프린서플’이다. 무용단 내에서도 단 2명밖에 없다. 클래식 발레 주역은 그가 도맡아 하고 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예전만큼 열정을 다해 매일 춤추기는 힘들어요. 2, 3년 전에 부상이 잦아 은퇴 생각을 했었는데 감독이 ‘부상으로 은퇴하는 것은 제대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대했어요. 그 뒤 제게 어울리는 작품도 많이 받았어요.”

몇 해 전에는 은퇴까지 생각했던 그는 이제 무용수로서의 ‘마침표’는 없다고 강조했다. 어떤 무대이든 춤을 계속 출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안무를 하든, 기획을 하든, 직접 춤을 추든 작품을 만들어 해외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목표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서울메이트’라는 단체도 만들었어요. 우리의 발레를 해외에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이 그 첫걸음입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리나#김세연#저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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