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형 “무용계 아카데미상 후보, 운이 좋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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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작 ‘허난설헌’ 무대 올리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은 작품에 대한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성공하려고 만드는 작품이 아니다. 정말 즐겁고 내가 좋아서 하는 작업이기에 두려운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은 작품에 대한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성공하려고 만드는 작품이 아니다. 정말 즐겁고 내가 좋아서 하는 작업이기에 두려운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29)에게 올해는 잊기 힘든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그의 세 번째 안무작인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가 무대에 오른다. 현직 발레단원으로 전막 발레 안무작을 올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13일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부문 후보에 2015년 첫 안무작인 ‘요동치다’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안무가로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2006년)과 정의숙 성균관대 교수(2012년)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일단 “운이 좋다”고 운을 뗐다. “아직 안무가로 새내기인 저에게 좋은 기회들이 연달아 와 행복해요. 특히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후보에 아크람 칸 등 평소 저의 우상이었던 분들과 함께 올라 정말 영광이죠. 더 열심히 하고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5월 무대에 올리는 이번 작품은 조선 중기 여류시인인 허난설헌(1563∼1589)의 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그중 ‘감우(感遇)’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통해 허난설헌의 삶을 춤으로 형상화할 예정이다.

“5년 전 허난설헌의 시들을 읽었는데 ‘몽유광상산’은 마치 영화 이미지처럼 머릿속에 박혔어요. 언젠가 이 시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마침 이번 공연 의뢰를 받고 바로 허난설헌을 떠올렸죠.”

국립발레단에서도 실력파로 손꼽히는 그는 발레를 시작했을 때부터 안무에 관심이 많았다.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안무작을 무대에 올렸다. “고등학교 때 창작발표회가 열리면 보통 친구들끼리 합의해 안무를 짜잖아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뚜렷해 친구들을 캐스팅해 안무를 짰어요. 아마 창작발표회를 그런 식으로 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는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이어폰이 항상 꽂혀 있다. 언제든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최근 내한한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다.

“제 취미가 쉴 때 다음 작품에는 무엇을 할지 찾는 것이에요. 누군가는 스트레스가 많은 삶일 것 같다고 하지만 오히려 저에게는 삶의 활력소죠. ‘픽스 유’도 안무하기 딱 좋은 곡인데 언제 해볼까 싶어요(웃음).”

그는 현재 발레단 무용수와 안무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춤을 추고, 춤을 만드는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더 좋을까?

“둘 다 좋아요. 둘 다 춤을 추기 때문이죠. 안무를 하려면 무용수들 앞에서 춤을 춰야 해요. 저도 하지 못하는 동작을 무용수들에게 요구하기 힘들죠. 그래서 안무가를 하면서 더욱 춤을 갈고닦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

정말 다른 이의 훌륭한 작품을 봤을 때 그는 “이러려고 안무가를 하나”라는 자괴감에 빠진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안무 작업에 들어가면 그 시간이 내내 즐거워 “이러려고 안무가를 한다”고 했다. 당연히 그의 목표는 세계적인 안무가가 되는 것이다.

“저만의 독창성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누가 봐도 ‘강효형이 안무했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제 철학과 동작의 색채가 뚜렷해야 해요. 여기에 한국적인 것을 녹여 해외에서도 차별화되는 저만의 안무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국립발레단 솔리스트#강효형#허난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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