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앉아 있어도 누운 것 같은 안정감 묘한 중독성 불러오는 의자 “물건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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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의자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광고하는 무중력 의자. 외국에는 쿠션이나 차양이 장착된 제품까지 나와 있다. 구글이미지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광고하는 무중력 의자. 외국에는 쿠션이나 차양이 장착된 제품까지 나와 있다. 구글이미지
 집이 좁아 2인용 소파밖에 놓지 못한다. 2인용 소파는 가로 길이가 짧아 옆으로 두 다리 쭉 뻗고 누울 수가 없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특히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점점 중력에 굴복해 지면과 수평한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2인용 소파로는 적절한 자세를 취하기가 힘들었다.

 발받침을 살지, 소파를 바꿀지, 아니면 1인용 안락의자를 놓을지…. 어떻게 하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무중력 의자’라는 상품명이 눈에 들어왔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처럼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 준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홍보 문구에, 커다란 검은색 의자가 좀 흉물스러워 보였다.

 그때 한 트위터리안의 트윗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이먼 페그(‘미션 임파서블’, ‘스타트렉’ 등에 출연한 영국 배우)가 톰 크루즈한테 촬영장에서 쓰라고 소개한 의자!” “‘스타트렉’ 출연진들이 단체 구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이니 밑져야 본전 아닐까? 10분 만에 결제와 주문을 마쳤다.

 막상 배송된 물건을 봤을 때는 실망이 컸다. 거창한 상품명과는 달리 완전히 접었다가 180도까지 펼 수 있는 철제 프레임과 낚시의자에 쓸 것 같은 원단으로 만든 야외용 접이식 의자였다. 캠핑에서 쓰면 딱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앉는 순간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앉은 뒤에 무게를 실어 몸을 뒤로 젖히면 스르륵 넘어가고, 팔걸이의 걸쇠를 걸면 원하는 각도에서 고정된다. 분명 앉아 있는데 누운 것 같고,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안정감이 들었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막 엄청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어느새 퇴근하면 곧바로 몸을 누이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중독성의 원천이 궁금해 찾아보니 이미 외국에서는 리클라이너 소파나 마사지 의자 브랜드에서 ‘무중력 의자(zero gravity chair)’라는 상품명으로 여러 종류가 나와 있었다. 아예 무중력의자를 비교, 평가하는 리뷰 사이트까지 있었다. 내가 산 제품은 유명 브랜드의 고가 모델을 본떠 야외용으로 다운그레이드한 제품인 듯했다. 수백 만원짜리 의자에 적용된 기술을 단돈 5만 원에 맛볼 수 있다니. 팔랑귀가 더욱 팔랑거리며 만족감 상승을 부추겼다.

 이 의자의 단점을 꼽는다면 포근한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겨울 날씨엔 등허리가 싸늘하다는 점이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니었는지 쿠션을 장착한 제품까지 나와 있다. 쿠션을 따로 팔진 않아서 요즘은 극세사 담요를 의자 커버처럼 씌워서 쓰고 있다. 무중력 의자에 극세사 담요를 깔고 누워 극세사 담요를 덮고 무릎과 배에 고양이를 한 마리씩 올려두면, ‘이것이 참 행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먹고 누우면 소 된다’는 속담이 귓가에 아른거릴 때도 있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엔 좀 게을러져도 괜찮지 않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의자#무중력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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