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청계천 책방]그림책의 깊이

  • 동아일보

 아이가 없다. 앞으로 있을 예정도 없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철든 뒤 어린이용 책을 잠시라도 들춰본 기억이 없다. 출판 담당을 맡아 수십 년 만에 어린이용 책 여러 권을 훑어봤다. 사노 요코의 1990년 작을 새로 번역해 펴낸 ‘태어난 아이’(거북이북스·1만2000원), 2015년 일본 그림책상을 받았다는 스기타 히로미의 ‘12명의 하루’(밝은미래·1만2000원)가 눈에 밟혔다.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같은 시간 흐름 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소중함에 대해 각각 보여주려 한 듯했다. 한참 뒤에 조금씩 의미를 알아가는 말이나 글이 적잖다. 꼬마 때 읽은 미국 작가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동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1976년)도 그랬다. 결핍, 맹목, 관계 맺기, 사랑하기. 수많은 인연을 거치며 조금씩 다른 단어를 겹쳐 올려 곱씹는 이야기다. 책이 참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태어난 아이#12명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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