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무한한 가능성의 존재’ 촘스키가 사랑한 인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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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노엄촘스키 지음·구미화 옮김/247쪽·1만4000원·와이즈베리

 세계적 석학이 노년에 이르러 탐구하고 싶은 주제는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언어 과학자이자 사회 참여적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노엄 촘스키는 이 책에서 세 개의 질문을 던진다. ‘언어란 무엇인가’ ‘인간의 이해력이 지닌 한계는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공선은 어떤 것인가’. 이것들은 결국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이 책의 주제이자 촘스키가 평생에 걸쳐 고민한 명제이기도 하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다소 광범위한 질문 아래 촘스키는 미시적이며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소리를 소음으로만 인식하는 동물과 달리 “아주 복합적인 소리를 생각과 결부시키는 능력”을 지닌 인간에겐 창의성과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 그렇기에 촘스키는 인간을 신뢰한다.

 촘스키는 자유주의자이자 개인주의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촘스키의 ‘자유·개인주의자적 면모’는 언어·인지적 능력을 지닌 인간에 대한 강렬한 애정에서 비롯한다. 그렇기에 공공선(公共善)이라는 허울 아래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제도를 비판한다. ‘집단의 이상’을 맹목적으로 우선시하는 국가가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상황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럼에도 그가 국가를 인정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세계 곳곳이 ‘자본주의 떼’로 뒤덮이는 사태에서 주변부로 내몰리는 많은 이들을 국가가 보호하기 때문이다. 탐구 정신에서 출발해 인간애로 귀결하는 그의 철학을 담은 이 책은 명저(名著)가 아닐 수 없다.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촘스키#노엄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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