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등장하자 2000여 명의 팬들이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침착함을 잃지 않은 조성진은 건반 위에서 절정의 테크닉을 보여주며 관객을 압도했다. 박제성 평론가는 “조성진이 관객과 정면승부를 해볼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 전용홀인 서울 롯데콘서트홀은 이틀간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의 공연 때문이다. 3, 4일 이틀간 열린 리사이틀은 그가 201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가진 독주회였다. 지난해 12월 예매 때 4000여 석이 10분도 안 돼 매진됐다. 클래식 공연으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해 2, 7월 쇼팽콩쿠르 갈라쇼와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도 조성진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1시간 만에 매진되고 암표까지 등장했다.》
3일 조성진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9번, 그리고 쇼팽의 발라드 1∼4번(4일 쇼팽 24개의 전주곡)을 무대에 올렸다. 이날 조성진이 들려준 쇼팽의 발라드는 최근 발매한 앨범에 수록된 발라드보다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티켓 예매에 실패한 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날 조성진의 쇼팽 연주는 자신만의 개성도 듬뿍 담은, 오직 이날만 들을 수 있는 그 ‘순간만의’ 연주였다.
슈베르트 연주는 3일과 4일이 확연히 달랐다. 3일에는 손가락에 많은 힘이 들어간 강한 연주를 보여준 데 반해 4일에는 힘을 많이 빼면서 담백한 느낌으로 부드러움을 나타냈다. ‘같은 곡이라도 다양한 해석과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이 나왔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는 3일 공연에 대해 “쇼팽의 발라드는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놀라운 테크닉과 해석을 보여줬다. 쇼팽 발라드의 새 역사를 쓸 정도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송주호 음악평론가는 “젊은 나이답게 전체적으로 강한 타건의 힘이 넘치는 연주를 보여줬다. 베르크의 신비함과 슈베르트의 애잔함이, 강한 타건 탓에 조금 가려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고 평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4일 공연에 대해 “3일 공연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2부 쇼팽 곡에 따라 분위기를 조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앙코르로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을 들려줬다. 앙코르 때 관객들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었다. 많은 관객이 사진을 찍다 보니 촬영을 금지한 공연장 측에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오른쪽)이 3일 공연 뒤 열린 팬사인회에서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인회에는 600여명의 팬들이 몰려 1시간 넘게 진행됐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이날 롯데콘서트홀은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북적였다. 남녀 성비가 비슷한 다른 공연과 달리 95% 이상이 여성인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틀 공연을 모두 보러 왔다는 한 관객은 “조성진의 연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조성진의 외모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여성도 많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조성진 열기는 그대로였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1000권의 프로그램북이 모두 팔렸다. 추가 주문한 700권도 4일 매진됐다”고 했다. 사인회는 600여 명이 몰려 예정된 45분보다 20분을 더 연장해 진행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