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무 “법 농단하고 법치 운운 기가 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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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이 힘이다’ 펴낸 신영무 변호사
관료들은 윗사람 눈치만 보고 교육계는 4대 마피아가 장악
기업 뇌물 주고 이권 따내기 여전… 혼란 넘으려면 법치주의 되새겨야

신영무 변호사는 “돈에 양심을 팔지 말고 ‘사필귀정’이라는 신념을 갖고 일하면 변호사로 자연스레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남 제공
신영무 변호사는 “돈에 양심을 팔지 말고 ‘사필귀정’이라는 신념을 갖고 일하면 변호사로 자연스레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남 제공
 “개인의 국정 농단으로 헌정 질서는 물론 안보, 경제, 민생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갑질’과 비리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감히 글을 썼습니다.”

 신영무 변호사(72)는 서울 종로구 신영기금회관에서 19일 열린 자서전 ‘올바름이 힘이다’(나남)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법인 세종의 창립자인 그는 2014년 반부패·법치주의 확립과 교육 개혁을 추구하는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설립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제목을 딴 책에는 그가 걸어온 길과 나라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계획이 담겨 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를 지낸 그는 미국 예일대에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미국 로펌 시스템을 눈여겨보고 미국 금융기관에서 연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종을 창립해 금융 분야에 특히 강한 로펌으로 성장시켰다. 65세가 되면 창업자도 물러나도록 정관을 만들어 스스로 이를 실천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낼 때는 받은 수당을 새터민을 위한 재단에 기부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 법률 지원에도 앞장섰다. 그는 “당시 공익을 위해 일하는 데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른사회…’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법을 농단한 고위층 인사들이 자기가 필요할 때만 법치를 말하면 누가 따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는지 묻자 말을 아꼈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망하는 나라 대부분은 관료들이 윗사람의 눈치만 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더 소통하고 자질을 갖춘 인물을 뽑아 신나게 일하게 하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교육 제도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공교육이 무너져 사교육에 잠식당했는데도 교육 개혁이 안 되는 건 ‘교육계 4대 마피아’ 때문입니다. 그들은 교육계를 장악하고 진심 어린 비판을 방어하는 데만 급급해요.”

 그가 말하는 교육계 4대 마피아는 서울대 교육학과, 진주교대, 공주교대, 교육부 출신을 일컫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변호사는 기업이 뇌물을 주고 이권을 얻어 돈을 벌면 이를 처벌하고 수익보다 더 많이 토해내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른사회…’는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개인의 후원금만 받는다. 다음 달 13일에는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박경재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난국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는 토크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젊은이들이 실력을 쌓기보다 힘센 이와 연줄을 맺으려 애쓰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국정 농단#신영무 변호사#올바름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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