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면 기마자세 해야 되는 거 다들 아시죠? 숨을 들이마시고 한 번에 대사를 내뱉어야 합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SG연기아카데미의 한 강의실. 10여 명의 수강생과 함께 강사의 발성법 지도를 받았다. 어려운 뉴스 문장이라 점차 기마자세를 취하는 수강생이 늘었다. 기자도 부담감에 여러 번 문장 읽기에 실패해 기마자세를 했다. 한 번에 문장을 또박또박 내뱉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굴욕감을 느끼고 점차 온 몸에서 땀이 뿜어져 나올 무렵, 발성 연습이 끝났다.
이어서 상황극 수업이 시작됐다. 강사가 낸 연기 주제는 "복권에 당첨된 상황을 자유롭게 표현하라"는 것이었다.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구상한 대사와 극 흐름을 종이에 적고 있었다. 5분여가 지나고 수강생들은 순서대로 자신이 구상한 짧은 극을 혼자서 연기했다.
기자 역시 다른 수강생들의 연기를 보며 구상했다. 쉽진 않았다. 가까스로 쥐어짜낸 시나리오는 '회사에서 복권에 당첨되는 상황'이었다. 강사가 연기를 재촉했다. 가슴엔 부끄러움과 굴욕감이 치솟았다. 그렇게 떨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10여명의 수강생과 강사 앞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연기했다. 그런데 묘했다. 울분을 토해내는 느낌이랄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강사의 평가는 가혹했지만 연기를 마쳤을 때 온몸엔 카타르시스가 넘쳐흘렀다.
기자처럼 이날 연기 수업에 모인 수강생들은 연극영화과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취미'로 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었다. SG연기아카데미에 따르면 이들처럼 취미로 연기를 배우는 이들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학원에만 이같은 수강생이 40~50명에 달한다. 이승희 SG연기아카데미 대표는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는 사람이 많다"면서 "연령대가 40~50대인 기업 대표이사(CEO)들도 발표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연기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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