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본 곳곳에 스며있는 우리 조상의 흔적을 따라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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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본, 일본의 한국/허문명 등 지음/380쪽·1만6000원/은행나무

 올 2월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 갔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무덤들 옆으로 의자왕과 아들 부여융의 가묘가 있었는데, 근처에 일본인들이 식재한 나무와 기념비가 여럿 눈에 띄었다. 이 중 5년 전 기념수(紀念樹)를 심을 때 세운 비석에 ‘일본국 백제후손 오우치 기미오(大內公夫)’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는 백제 성왕의 셋째아들로 대한해협을 건넌 임성태자의 후손이었다. 자신의 조상을 찾아 멀리 이곳까지 와서 참배한 것이다. 고대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뿌리 깊은 시원을 엿보는 듯했다.

 이 책은 지난해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에 연재된 ‘수교 50년, 교류 2000년 한일, 새로운 이웃을 향해’ 시리즈를 수정해 엮은 것이다.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등을 두루 거친 베테랑 기자 14명이 일본 열도를 발로 뛰면서 한일의 역사, 문화적 친연성(親緣性)을 생생히 보여준다. 백제 무령왕이 출생한 섬 가카라시마를 비롯해 백제인 어머니를 둔 간무왕이 세운 교토, 백제왕이 하사한 칠지도를 모신 이소노카미 신궁 등 40여 곳의 유적을 취재했다. 지난해 서재필 언론문화상과 올해 일한문화교류기금상을 받으면서 양국 문화계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현직 기자들이 쓴 글답게 옛날 얘기에만 그치지 않고 한일 고대사를 바라보는 지금 일본인들의 복잡한 속내까지 담아냈다. 예컨대 간무왕의 백제계 어머니인 다카노노 니가사의 위패를 모신 히라노 신사는 기자의 끈질긴 취재 요청에도 “우리는 백제 혹은 한국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한다. 근대 일본이 전국의 수많은 신사에서 한반도와 연관성을 지우려고 노력한 사실과 오버랩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진 한일 교류의 수많은 흔적은 양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한국의 일본 일본의 한국#허문명#한일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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