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仁도 君子도 없는 ‘21세기式’ 논어 읽기

  • 동아일보

◇군자를 버린 논어/공자 지음·임자헌 옮김/384쪽·1만4800원·루페

여호와 혹은 예수를 뺀 성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신약성경은 예수의 행적을 통해 그를 닮기 위한 기록이다. 마찬가지로 논어는 인(仁)을 이룬 군자(君子)가 되기 위한 공자의 지침서 아닌가. 그런데 논어에서 군자와 인의 단어를 일부러 뺀 해설서가 나왔다. 시도 자체가 발칙하다.

이 책은 논어 완독을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한 입문서다. 저자는 정통 한학자가 아닌 미술잡지 기자 출신의 고전번역가. 그는 군자를 번역문에서 삭제한 변(辨)으로 “당신은 실생활에서 지난 1년 동안 군자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를 되묻는다. 현대어 그것도 비속어까지 동원한 논어는 아마 이 책이 처음일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모와 어른한테 잘하는 사람치고 윗사람에게 막나가는 사람은 드물죠. 윗사람에게 막나가지 않는 사람치고 어디 가서 깽판 치는 사람도 없어요. 제대로 배운 사람은 기본에 힘쓰는 법입니다.”

비록 단어와 문체를 많이 바꿨어도 논어를 통해 공자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 가치나 본질은 그대로 담아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내면에 갖춰진 바른 가치로서 정치를 하는 것은 이를테면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으면 다른 많은 별들이 알아서 빙 두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번역은 지금 들어도 무릎을 치게 만든다. 정치권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요즘, 권력(power)이 아닌 도덕적 권위(authority)로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가 나왔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만드는 대목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군자를 버린 논어#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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