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한 문장으로 독자를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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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편집샵: K’ 큐레이션 회의

교보문고 ‘편집샵: K’를 운영하는 모바일인터넷영업팀 이익재 황은정 과장, 최지환 사원, 이재현 대리(왼쪽부터). 이들은 “몰랐던 좋은 책을 소개해준 사람, 책의 세계로 이끈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교보문고 ‘편집샵: K’를 운영하는 모바일인터넷영업팀 이익재 황은정 과장, 최지환 사원, 이재현 대리(왼쪽부터). 이들은 “몰랐던 좋은 책을 소개해준 사람, 책의 세계로 이끈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기회야, 인생아, 나는 늘 늦게 깨닫지만, 그래서 후회도 많이 하지만, 가끔은 너희들의 뒤통수를 보며 웃기도 한단다. 안 잡을게. 그러니 뒤통수에 머리 길러도 괜찮아.”

지난달 경기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교보문고 본사 회의실. 김연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의 한 구절이 울려 퍼졌다. 여기저기서 “오, 좋은데요” “통과, 통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특정 주제에 맞춰 책과 소품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코너인 ‘편집샵: K’의 5차 회의. 모바일인터넷영업팀 과장 대리 사원 등 1∼10년 차 직원 10명이 모여 ‘청춘’을 주제로 각자 골라온 책 속 문장 88개 가운데 30개를 골라내고 있었다.

낱권의 책이 아니라 주제별로 좋은 책 여러 권을 추천받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요구가 커지는 현상을 반영한 것. 최근 서점가에서는 독자가 관심 있는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고, 서점은 책을 여러 권 판매할 수 있어 큐레이션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편집샵: K가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운영하는 편집샵: K는 책 내용이나 저자가 아니라 문장을 먼저 보여 준 뒤 책을 소개한다. 호기심을 자극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3월 ‘처음’을 주제로 시작됐다. 페이지뷰는 하루 평균 3000건에 달했다. 주제는 두 달 만에 업데이트된다. 이달 18일 공개된 두 번째 주제가 바로 ‘청춘’이다.

이날 회의는 한 사람씩 문장을 낭송하고 다 같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익재 과장이 “결국 강조하는 메시지는 ‘당신은 지금도 청춘입니다’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벗어난 건 뺍시다”라고 설명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 어딜까/너의 잠재력.”

하상욱의 시집 ‘서울 시’에 나온 구절이 낭송되자 곧바로 “오케이” “확 와 닿아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은정 과장이 “제목이 ‘치약’이라는 걸 알면 더 재미있을 텐데요”라고 말하자 ‘와하하’ 웃음이 터졌다.

문장을 고른 뒤 ‘청춘’과 어울리는 소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소품은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책을 매개로 한 복합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의미가 있다. 파격, 불안, 여행, 연애 등 네 가지 ‘청춘’ 관련 테마에 맞춰 스니커즈, 여권지갑, 스케이트보드 등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주제부터 최종 문구와 소품을 정해 온라인에 올리기까지 10여 차례의 회의를 거친다. 이 과장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가격 유인책이 약화돼 책 자체의 매력을 ‘핫하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예스24는 ‘기획’이라는 꼭지로 일주일에 두 번씩 주제별 책을 소개한다. 이달에는 ‘기억해야 할 5·18민주화운동’ ‘지도 보고, 역사 보고!’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그림책&동화책’을 주제로 한 책을 선보이고 있다.

알라딘은 독자 개개인의 구매 성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하는 ‘추천마법사’를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빅 데이터를 돌려 선정하는데 갈수록 기법이 정교해져 독자들 사이에서 “꽤 용하다”는 말이 나온다.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편집샵: k#교보문고#큐레이션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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