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방식 금권-담합 폐해 논란 거세… 승려-신도 “직선제 지지” 61% 달해
중앙종회 ‘준직선제안 9.3%’ 압도… 비구니 참정권 확대 요구도 높아
18일 대중공사 6월 중앙종회 주목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출 방식으로 22년 만에 직선제가 도입될 수 있을까. 조계종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도법 스님)는 총무원장 선출 방식에 대해 3월 31일 서울 송파구 불광사에서 1차 대중공사(大衆公事·불교에서 대소사를 논의하는 열린 모임)를 연 데 이어 지난달 대구 경북 등 전국 7곳에서 현장 여론 청취와 투표를 진행했다. 》
총무원장 선출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올 3월 열린 대중공사. 조계종 주류가 제시한 ‘염화미소법’은 선거인단이 후보 3명을 선정하면 종정이 그중 1명을 선택하는 것. 염화미소는 부처님이 연꽃을 들자 제자 마하가섭이 그 의미를 알고 미소지었다는 것으로 이심전심과 비슷한 뜻이다. 하지만 대중공사에선 직선제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
모두 535명이 투표에 참여해 60.7%가 직선제를 찬성했고 종단쇄신위원회 안이 16.4%, 중앙종회(종단의 입법기구)가 중심이 돼 제시한 ‘염화미소법’이 9.3%, 현행 제도 유지가 6.9%의 지지를 받았다.
현행 제도는 1994년 종단 개혁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과 중앙종회 의원 81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간선제 방식이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와 계파별 담합 등의 논란이 불거져 오래전부터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조기룡 동국대 교수는 1차 대중공사 당시 “(현행 제도는) 선거인단 구성에 본사 주지의 영향력이 크고 금권선거 가능성이 높아 대중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2013년 총무원장 선거 때 직선제를 수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선 후에는 직선제의 폐해도 적지 않다며 준(準)직선제 도입을 시사했다.
종단 주류 측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이 염화미소법. 선거인단이 검증을 통해 후보 3명을 선정하면 이 중 한 명을 종정이 낙점하는 방식이다. 자승 총무원장이 “현 선출제도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 불교 관계자는 “이번 대중공사에서 총무원과 종회 등 현재 주류 측이 원하는 염화미소법보다 직선제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나와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주류 측의 염화미소법을 밀어붙인다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엔 ‘총무원장 3선 금지’ 규정이 있어 현재 연임 중인 자승 원장은 다음 선거에는 나설 수 없다. 불교계에선 주류 측이 종회나 계파의 세력 분포에서 비주류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예측 못할 변수가 많은 직선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출가자 직선제를 실시하면 1만3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하게 돼, 현행처럼 교구 본사 추천인이나 종회 의원 등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보다 훨씬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최근 자승 원장이 교구 본사 모임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현행 선거제도 유지 가능성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구니의 참정권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그동안 스님 수의 절반에 달하는 비구니 중에서 종회 의원은 10명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참정권이 제한돼 온 셈. 한 비구니 스님은 “직선제를 통해 종단도 실질적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며 “최근 전국비구니회장 선거에 직선제를 도입한 결과 금권선거 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18일 서울 불광사에서 2차 대중공사를 열고 총무원장 선출 방식을 택해 중앙종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추진위 안은 구속력은 없다. 중앙종회는 다음 달 21일 임시총회에서 추진위 안 등을 놓고 선출 안을 확정한다. 추진위가 직선제를 올릴 경우 중앙종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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