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마술세계 집대성… “이은결의 환상 열차로 초대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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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기념공연 여는 마술사 이은결… 국내 마술사 최초로 국립극장 무대에
중3때 소심한 성격 고치려 배운 마술, 도전 거듭하며 자신만의 세계 구축

자극적인 마술쇼가 아닌 마술을 언어로 한 종합예술을 선보이는 일루셔니스트가 되겠다는 이은결. 그는 “마술의 개념을 확장해 사람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선물하고 싶다”며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어른을 위한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창작컴퍼니다 제공
자극적인 마술쇼가 아닌 마술을 언어로 한 종합예술을 선보이는 일루셔니스트가 되겠다는 이은결. 그는 “마술의 개념을 확장해 사람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선물하고 싶다”며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어른을 위한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창작컴퍼니다 제공
“마술은 속임수가 아닌 환상 그 자체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일루셔니스트(illusionist·환상가)라고 부릅니다.”

열다섯에 데뷔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이은결(35)이 국내 마술사 최초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4∼15일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데뷔 20주년 기념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공연이다.

그는 최근 경기 이천시 합숙소에서 연일 스태프와 밤을 새우며 공연 연습에 빠져 있다. 23일 합숙소에서 만난 그는 “이번 공연은 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지금껏 펼쳐온 마술세계를 총망라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부터 헬기를 동원하는 등 화려한 무대가 돋보인 ‘더 일루전’ 공연을 선보였다. 더 일루전은 초연 당시 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재공연할 때마다 10억 원의 제작비가 추가로 들어갔다. 이번 공연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술이라는 언어를 사용해 제가 걸어온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걸어온 길을 ‘선로’에 빗대 환상 열차를 구현해 내려고요. 블록버스터급 공연이 될 겁니다.” 그는 자세한 공연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그는 현란한 마술과 더불어 188cm의 훤칠한 키에 능숙한 말솜씨로 국내 대표 마술사로 자리 잡았다. 20년간 총 800여 회의 단독 공연을 열며 마술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지금껏 그의 단독 공연을 찾은 누적 관객은 80여만 명이다.

하지만 마술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소심한 아이였다. “마술이 인생을 180도 바꿨죠. 어릴 때 무척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경기 평택의 시골마을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너무 위축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어요.”

소심한 소년은 중3 여름방학의 어느 날 마술처럼 마술에 빠져 들었다. 부모님이 ‘마술을 하면 성격이 활발해진다’는 마술학원 광고를 보고 그를 등록시켰다. “기초적인 마술을 배운 뒤 형과 누나, 친구들 앞에서 몇 번 보여줬는데, 그때부터 저를 특별하게 봐주는 게 느껴졌어요. 저를 전혀 다른 아이로 만들어준 마술에 매료됐죠.”

그의 이름 앞에는 ‘국내 마술사 최초’라는 수식어가 수없이 들어간다. 2001년 아시아 세계매직 콘테스트(UGM) 1위, 2002년 미국 마술협회 컨벤션 3관왕, 200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매직세미나 황금사자상 그랑프리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그는 수상 비결에 대해 “일찍 마술을 시작한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다른 마술사들과 달리 저는 학생이었기에 ‘생계형’ 마술을 하지 않았어요. 마술을 도전의 영역으로 봤고, 어린 시절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는 유명 마술사의 공연을 보며 세계무대를 꿈꿨죠.”

그는 “20주년 공연을 기획하면서 지금껏 제 공연을 봐주신 관객들을 무료로 초대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무료 공연을) 실천하진 못했지만 언젠간 꼭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이은결#마술#일루셔니스트 이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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