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월급 아껴 모은 그림 300점 ‘미생’이 수집가 되기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미야쓰 다이스케 지음·지종익 옮김/164쪽·1만2000원·아트북스

지은이는 스스로 “급여가 그리 많지 않은,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본 적도 없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도 없는, 그럼에도 15년 동안 끙끙대면서 300여 점의 미술품을 수집해온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밝혔다.

미술 영역 취재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미술품 수집은 평생 오르지 못할 테니 쳐다볼 까닭 없는 나무 정도로 생각한다. 술이 술을 마시듯 돈이 돈을 빨아들이는 영역. 책 말미에 기술한 저자의 견해는 이런 시각과 어긋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아트스쿨을 갓 졸업한 예술가의 미숙한 작품에도 기본 1만 유로(약 1300만 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아직 갤러리에 데뷔도 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작품이 옥션에서 수천만∼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지은이는 흥미를 품은 작가와 직접 교류해 작품을 빚어낸 사연의 근본에 접근하기를 즐긴다. 거짓 없이 직시한 자신의 취향만을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 점심을 거르고 쇼핑을 줄여 어렵게 사들인 작품을 한 번도 되판 적이 없다.

그의 예술품 수집이 자산 관리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삶에 예술을 끌어들이는 방책이기 때문이다. 20년 넘도록 샐러리맨으로 살며 인간관계 고민 탓에 직장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예술이 주는 위로에 기대 버티고, 아트페어에서 분주히 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반성의 계기를 찾았다. 10년 전 건축가가 아닌 설치예술 작가에게 설계를 맡긴 그의 집은 지금도 조금씩 완성되는 중이다. 이런 컬렉팅이라면 한 번쯤…? 그는 “일본에서 컬렉션을 시작한 게 행운”이라고 썼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미야쓰 다이스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