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67세 그녀, 홀로 길을 나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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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벤 몽고메리 지음·우진하 옮김/424쪽·1만6000원·책세상

여자 혼자 여행을 다닌다고 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무섭지 않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책이다. 146일 동안 애팔레치아 산맥에 조성된 트레일(trail·걷는 길) 3300km를 홀로 완주한 67세의 할머니 에마 게이트우드의 이야기를 다뤘다.

1955년 5월 에마는 간단한 옷가지와 식량 등이 든 자루 하나와 여비 200달러만 챙겨 길을 나선다. 자녀 11명을 키우며 닥치는 대로 농장 일을 해 생계를 꾸렸고 30년이 넘도록 남편의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렸던 여성이 나선 인생 첫 도전이었다. 날벌레와 방울뱀, 최악의 허리케인과 사람들의 질시를 참아내며 그는 걷고 또 걸어 목표를 완수한다. 여행 도중 에마의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하며 여행 막바지에는 미국의 전 국민이 에마를 응원하기에 이른다.

책은 평범한 여행기에 머무르는 대신 당시 시대상과 도보여행의 역사를 담아 이야기를 풍부하게 확장시켰다. 1950년대는 미국에 처음 고속도로가 조성돼 점점 걷기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던 시대였다. 매카시즘이 대두되고 인종차별 철폐운동이 서막을 올렸으며, 청소년 강력범죄가 등장해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한 시대였다.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화하던 시대에 한 할머니가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낸 순수한 도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에마는 애팔레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첫 번째 여성이자 이 트레일을 세 번이나 완주한 첫 번째 사람이 됐다. 여든이 넘어서도 여행을 다녔고, 그에게 헌정된 트레일이 생기기도 했다. 걷기는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 도전 역시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에마의 이야기는 상기시킨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벤 몽고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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