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경 “美서 엄마로 아내로 14년… 드라마 찍을 때보다 더 바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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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어떻게?]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으로 돌아온 원미경

‘가화만사성’ 촬영장에서 만난 원미경의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는 “나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나를 보고 원미경도 우리와 함께 늙어간다고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가화만사성’ 촬영장에서 만난 원미경의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는 “나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이 나를 보고 원미경도 우리와 함께 늙어간다고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4년간 ‘체험 삶의 현장’을 경험한 거죠.” 세월의 흔적을 감출 순 없었지만 코를 찡긋하고 웃는 모습은 여전했다. 배우 원미경(56)이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으로 돌아왔다. TV 복귀는 14년 만이다. 1978년 미스 롯데로 데뷔 후 줄곧 톱스타의 자리를 지켰던 그는 시청률 40%를 육박했던 드라마 ‘아줌마’(2001년)를 찍은 이듬해 가족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 주로 떠났다. 오랜만의 복귀는 방송가에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평범한 엄마, 아내로 지냈다는 그는 “미니시리즈 찍는 것보다 더 바쁘게 지냈다”고 했다.》
 

“아이 셋 키우는 게 만만치 않잖아요. 한국에 있을 땐 아이들에게 세세한 관심을 못 줬는데 밀린 숙제를 한 거죠. 그만큼 재미도 있었어요. 왜 그런 거 있죠. 애들 성적이 올랐을 때 부모로서 느끼는 즐거움이 엄청나거든요.(웃음)”

처음부터 미국 정착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1년 어학연수 겸 여행을 목적으로 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드라마 PD로 ‘애인’ ‘눈사람’ 등을 연출했던 남편 이창순 씨는 현지에서 신학을 공부해 현재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을 떠날 때 여섯 살이던 막내아들은 얼마 전 대학에 들어갔다. 예술사를 전공한 큰딸은 미술관에서 일하고, 둘째 딸은 의학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연기를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기던 그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한 것은 가족이었다.

“둘째 딸이 먼저 연기를 권했어요. 나는 남편을 도와 선교만 하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뭔가 변화를 원했나 봐요. 나중에 딸이 그러더군요. 엄마는 그동안 우리에게 충분히 잘했다고.”

1979년 영화 데뷔작 ‘청춘의 덫’에 출연한 원미경. 원미경은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고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1979년 영화 데뷔작 ‘청춘의 덫’에 출연한 원미경. 원미경은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고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이번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중국집 가화만사성의 안주인이자 고집불통 남편(김영철)에게 평생을 순종하며 살아온 여자 배숙녀. 극중 60대인 배숙녀는 실제 그보다 나이가 많다. “한국에 와서 TV를 몰아 봤어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도 젊게 나오더군요. 근데 나는 관리를 못했잖아요. 그래서 지금 역할이 딱 좋아요. 우리 애들도 평소 엄마 같다면서 친근하대요(웃음).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와 배역이 딱 겹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쾌감이 상당해요. 지금은 내 안에서 배숙녀 닮은 걸 막 찾고 있어요.”

한국을 떠난 사이 변한 것도 많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밤새우며 촬영하는 문화나 배우와 스태프가 쉴 장소가 없는 건 여전하더군요. 한류라고 소문만 무성했지 똑같아서 실망했죠.”

오랜만에 복귀했지만 주름을 지우려고 따로 애쓰지 않는다. 서민 배역의 특징상 스타일리스트도 불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귀를 뚫은 후 노인 역을 못 할까봐 전전긍긍했다는 그는 “배우는 물과 같다.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무서워서 점도 못 뺐어요. 그렇게 여태까지 살았는데 새삼스러워요. 배우 역시 세월이 흐르면 주름이 지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이거, 내가 너무 건방진가?(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미지수’다. 작정하고 복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계획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요즘엔 “미국의 가족이 그리워 조금씩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그럼에도 새로운 배역에 대한 기대는 은근히 내비쳤다.

“우리 딸이 나보고 악역 한번 해보면 좋겠대요. 세련되면서도 못된 시어머니 같은 거? 진짜 배우 같은 모습을 보고 싶은가 봐요.”

:: 원미경 말말말… ::

Q. 신출내기 PD와 결혼한 최초의 여성 톱스타?

A. 글쎄 그게 특별한 일인가요? 우리는 평범하게 연애했어요.
여의도 MBC 비상구 계단에서 데이트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결혼 29년째네요.

Q. 1980년대 섹시 스타?
A. 에이, 난 청순미란 얘긴 들었는데 그 얘긴 첨 듣네. 그때 좀 그렇게 불러주지.

Q. 다시 만난 팬들에게.
A. 그냥 예쁘게 봐주면 좋지 뭐. 근데 뭐 내가 열심히 해야 그렇게 봐주시겠지. 못하면 저건 왜 돌아왔나 하시지 않을까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원미경#가화만사성#청춘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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