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패스벤더는 감옥에서 고문당하면서도 의지를 꺾지 않는 투쟁가 보비 샌즈를 연기한다. 오드 제공
금의환향이라고 해야 할까.
17일 개봉하는 영화 ‘헝거’는 2008년 제작된 영화다. ‘노예 12년’으로 2014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스티브 매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를 세계 영화계에 알린 작품이다. 당시에는 수입되지 못했던 영화가 명성을 얻으며 기회를 잡은 셈이다.
다행히도 영화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재부터 만만치 않다. 아일랜드 독립을 주장하는 IRA의 핵심 인물이었던 전설적인 투쟁가 보비 샌즈가 교도소에서 정치범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벌인 투쟁을 담은 영화다. 죄수복 거부, 샤워 거부 운동을 벌이던 샌즈는 1981년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영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단식 투쟁(Hunger strike)을 시작한다.
당시 교황청까지 나서 문제 해결을 촉구할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지만 영화는 호들갑 떨며 섣불리 샌즈를 영웅으로 추앙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상(理想)을 위해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싸우는 육체의 투쟁기를 눈이 시릴 정도로 명징하게 담아낸다. 단식을 결심하기에 앞서 샌즈가 신부에게 자신의 결심과 심경을 고백하는 약 16분 동안의 롱테이크 장면은 그들의 투쟁사(史)를 농축한 서사시처럼 느껴진다.
패스벤더는 이 영화를 위해 10주 만에 14kg을 감량해, 66일 동안 단식해 몸무게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던 샌즈의 말년을 거의 그대로 살아냈다.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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