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장은 한 줄을 넘지 않는다”…시 같은 소설 ‘샬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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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7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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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로테’(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l 권기대 옮김 l 베가북스 펴냄)

아우슈비츠서 살해된 유대 여인 ‘샬로테’의 굴곡의 삶 그려

이 소설은 특이하다. 아니 출판사의 표현대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을 내포한 다이너마이트’다. 모든 문장은 한 줄을 넘지 않는다. 시처럼. 그렇게 쓴 이유가 있다. 저자는 소설의 주인공인 젊은 예술가 ‘샬로테’의 삶을 쓰다 경외와 격정으로 인해 연이어 두 개의 문단조차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제대로 다시 숨을 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행을 바꾸어야 했던 것이다.

도대체 이 소설 ‘샬로테’는 뭐야?

앞서 간단히 언급했듯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살해된 한 젊은 유대 여인의 짧고도 비통한 삶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화가인 샬로테 잘로몬. 저자는 이 작품에서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주인공 샬로테 잘로몬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그녀가 겪은 격랑을 치렁치렁한 산문으로는 묘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슴을 에는 ‘시’나 ‘외침’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모든 문장은 한 줄을 넘지 않는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탑처럼 쌓아올리듯 시 같은 소설, 소설 같은 노래를 적어나갔다.

덕분에 저자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르노도와 공쿠르 데 리세앙을 거머쥐었고, 프랑스에서만 60만 부가 판매됐으며, 프랑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프랑스 아마존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소설에 오를 정도로 문학성과 대중성 모두 호평을 받았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쓴 작가는 누굴까.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꼽히는 다비드 포앙키노스다. 생소한 독자를 위해 사족 하나 그려보자. 포앙키노스는 국내선 일부 낯선 작가일 수 있지만 ‘선수’들에겐 이미 ‘우상’으로 떠오른 작가다. 볼혹을 갓 넘긴 그는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음악가 등 다재다능하다. 특히 2013년 록의 전설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의 삶을 그린 장편 ‘레논’으로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다.

2001년 데뷔작인 ‘백치의 반전’이라는 소설로 프랑수아 모리악상을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이후 2004년에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으로 로제-니미에상을, 2007년에 ‘누가 다비드 포앙키노스를 기억하는가’』로 장 지오노상을 수상하는 등, 문학평론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2011년과 2012년 연속해서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10명에 꼽히기도 했다. 소설 ‘샬로테’는 프랑스 3대 문학상 가운데 르노도와 공쿠르 데 리세앙을 수상함으로써 그 탁월한 문학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만 60만 부가 팔리면서 대중의 사랑도 함께 얻었다.

특이하기에 더 아름다운 소설, 시로 소설을 쓰고, 소설로 노래를 하는 소설. ‘샬로테’를 소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듯 하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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