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음악이 곧 나” 영혼을 연주한 지미 헨드릭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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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헨드릭스: 새로운 록의 신화를 쓴 뮤지션의 자서전/지미 헨드릭스 지음·최민우 옮김/280쪽·1만7000원·마음산책

누구의 것인가와 무관하게 그림은 그림만으로, 글은 글만으로, 음악은 음악만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예술가에 대한 글을 읽는 일은 그래서 종종 두렵다. 어설프게나마 경계의 표지로 삼기 위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밴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의 음반을 거푸 돌려 들었다. 결과는, 올해 들어 가장 충만한 경험 중 하나가 됐다.

“내 음악은 나다. 우리는 우리만의 사운드를, 고유한 존재를 창조하려 노력한다. 그건 ‘어느 지점을 근거로 상상하느냐’와 같은 근본적 문제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익스피리언스’라 불리는 걸 좋아한다.”

옮긴이가 밝힌 대로 이 책은 기타리스트 헨드릭스가 남긴 자서전이 아니다. 1970년 28세로 의문의 죽음을 맞기 전까지 세상의 주목을 받은 4년간 그가 수없이 진행한 인터뷰 자료, 호텔 편지지나 휴지조각, 담뱃갑, 냅킨에 강박적으로 끼적인 메모가 2013년 출간된 원서 ‘Starting at Zero’의 재료다.

다큐멘터리 감독 피터 닐은 서문에 “헨드릭스의 일부 인터뷰와 글 조각들이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지지하기 위해 이용당해 왔다. 지미는 생전에 자신에 대한 설명을 포괄적으로 마련해 놓았다”고 썼다.

“나는 블루스를 사랑하지만 밤새 블루스만 연주하고 싶진 않다. 음악에 특별한 장르 명칭을 붙이는 이유가 뭘까. 밴드 이름이면 충분하다. 음악을 듣고 ‘야 이거 괜찮네’ 하면 그만이다. 나는 느끼는 걸 노래할 뿐이고, 사람들이 논쟁하도록 내버려둔다. 만약 내 음악을 들은 이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일을 거리낌 없이 실행해야겠다고 느낀다면, 그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 거다.”

살아가기 위해 온갖 부당함을 수월하게 감수하는 일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시대다. 헨드릭스의 음악과 육성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인다고 해서 ‘실행’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51년 전 미국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골목에서 밥 딜런과 그가 쫄쫄 굶은 채 정신 나간 듯 웃으며 마셔댔다는 에일 맥주 향 정도는, 희미하게 돌이킬 수 있을 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지미 헨드릭스#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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