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자’ 디캐프리오 20년만에 오스카 움켜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버넌트’로 남우주연상 수상… 이냐리투 감독은 2년연속 ‘감독상’
성폭력 다룬 ‘스포트라이트’ 작품상…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첫 음악상

《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출연한 디캐프리오에게 돌아갔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

○ ‘레버넌트’, 3관왕 차지

디캐프리오는 1994년 남우조연상 후보에, 2004년 2006년 2013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20여 년간 아카데미에 도전한 끝에 꿈을 이뤘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저는 오늘 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 역시 이 지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며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호흡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촬영한 2015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온난화는 인류가 직면한 위협”이라고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타이타닉’에서 그와 함께 연기했던 케이트 윈즐릿은 디캐프리오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글썽였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 2연패는 존 포드, 조지프 맨키어비치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냐리투 감독은 올해 시상식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여전히 피부색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며 “내 아버지 말씀대로 피부색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상식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레버넌트’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재주는 ‘매드맥스’가 넘고, 알맹이는 ‘레버넌트’가 챙겼다. 시상식 초반 ‘매드맥스’가 의상·분장·미술·편집상 등을 수상하며 6관왕에 올라 기세를 떨쳤지만 핵심 분야인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레버넌트’는 감독·남우주연·촬영상 등 3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가 수상했다.

‘시네마 천국’ ‘미션’ 등 작품의 음악을 작곡해 영화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코네(88)는 영화 ‘헤이트풀8’로 6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 작품상에 ‘스포트라이트’… “성폭력 생존자 보호”

유색인종 차별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던 이번 시상식의 또 다른 이슈는 성폭력이었다. 최고상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보스턴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집단적 아동 성폭력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화의 제작자인 마이클 슈거는 수상 소감에서 “영화가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목소리를 줬고, 오스카상은 그 목소리를 증폭시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께, 이제는 신앙을 복구하고 아이들을 보호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역시 레이디 가가가 미국 대학 내 성폭력 현실을 다룬 다큐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의 주제가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틸 잇 해픈스 투 유’를 부르는 순간이었다. 공연에 앞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조 바이든 부통령은 “(성폭력이 만연한) 문화를 바꾸자.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 뒤 가가를 소개했다. 정치인으로는 환경 문제에 관한 다큐 ‘불편한 진실’이 2007년 장편 다큐상을 받으면서 다큐에 출연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2013년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적이 있다.

무대에 등장한 가가는 ‘생존자’ ‘내 탓이 아니다’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팔뚝에 적어 넣은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노래를 열창했다. 이 장면에서 ‘스포트라이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레이철 매캐덤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이 ‘룸’에서 연기한 조이도 17세 때 한 남자에게 납치돼 3.5m² 남짓한 작은 방에서 7년 동안 성폭행당하며 아들을 낳고 키우다 탈출한 여성이다.

:: 부문별 수상작 ::


▶ 작품상=스포트라이트(감독 토머스 매카시)
▶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 여우주연상=브리 라슨(룸)
▶ 각본상=스포트라이트
▶ 각색상=빅쇼트
▶ 촬영상=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 편집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 음향효과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 음향편집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 음악상=헤이트풀8
▶ 주제가상=007 스펙터
▶ 시각효과상=엑스 마키나
▶ 미술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 의상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 분장상=매드맥스:분노의 도로
▶ 외국어 영화상=사울의 아들(헝가리 영화)
▶ 장편 애니메이션상=인사이드 아웃
▶ 단편 애니메이션상=곰 이야기
▶ 장편 다큐멘터리상=에이미
▶ 단편 다큐멘터리상=어 걸 인 더 리버:더 프라이스 오브 포기브니스
▶ 단편 영화상=말더듬이

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스포트라이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레버넌트#매드맥스#브리 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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